DGIST, AI가 설계한 차세대 항염증 단백질 개발

디지스트(DGIST·총장 이건우)는 엄지원 뇌과학과 교수 연구팀과 장익수 iProtein Therapeutics 대표(전 DGIST 뇌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AI·슈퍼컴퓨팅 기반으로 설계한 '차세대 항염증 단백질'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그 효능을 입증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단백질은 염증 억제 효과가 기존 치료제 대비 최대 53% 향상된 것으로 확인되며, 향후 류머티즘·통풍·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염증성 질환의 치료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엄지원 DGIST 교수(왼쪽)와 장익수  iProtein Therapeutics 대표
엄지원 DGIST 교수(왼쪽)와 장익수 iProtein Therapeutics 대표

현재 임상에서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항염증 단백질 치료제 '아나킨라(Anakinra)'는 염증을 유발하는 IL-1 신호를 차단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효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작용 시간이 짧으며, 고용량 투여 시 감염 위험 증가·주사부위 염증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백질 구조 기반 설계 전략을 도입했다. 슈퍼컴퓨팅 기반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과 열역학 분석을 통해 IL-1Ra 단백질의 결합력을 결정짓는 핵심 아미노산 E127을 규명했다. 이후 해당 부위를 중심으로 6종의 신형 단백질 변이체를 설계하고 제작했다.

구조 기반 IL-1Ra 변이체 개발과 향상된 항염증 효과를 나타낸 연구 이미지
구조 기반 IL-1Ra 변이체 개발과 향상된 항염증 효과를 나타낸 연구 이미지

그 결과, 모든 변이체가 기존 대비 25~53% 높은 항염증 효과를 보였으며, 그중 'E127Q' 변이체가 가장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 특히 뇌 신경세포 전기생리학 실험에서, E127Q는 염증으로 과활성화된 NMDA 수용체 신호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켜 기존 항염증 단백질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신경염증'까지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만성 신경염증 동물모델에서도 E127Q는 기존 단백질보다 훨씬 뛰어난 항염증 효과와 신경 기능 회복 능력을 입증했다.

엄지원 교수는 “AI와 슈퍼컴퓨팅으로 설계한 단백질이 실제 세포·동물실험에서 기존 약물을 능가하는 효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E127Q 변이체는 전신 염증 질환뿐 아니라 뇌 신경염증 치료제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아 차세대 항염증 단백질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글로벌리더연구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그리고 세종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의생명·의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 학술지 'Theranostics'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