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럽서 '4000만원대' 보급형 전기차 격돌

왼쪽부터 폭스바겐의 ID.폴로 GTI, ID.크로스 콘셉트, ID.폴로
왼쪽부터 폭스바겐의 ID.폴로 GTI, ID.크로스 콘셉트, ID.폴로

내년 유럽에서 4000만원대로 몸값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 시대가 열린다. 중국 신흥 전기차의 공세가 거세지자 글로벌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총력전에 나선다.

유럽 최대 완성차 폭스바겐그룹은 내년부터 '모두를 위한 전동화' 전략을 본격화한다. 그룹 산하 브랜드인 폭스바겐과 스코다, 쿠프라를 통해 합리적 가격의 소형 전기차 출시 계획을 확정했다.

폭스바겐은 'ID.폴로', 스코다는 '에픽 SUV', 쿠프라는 '라발'을 각각 선보인다. 이들 전기차는 동일 플랫폼 기반으로 시작 가격을 2만5000유로(약 4280만원)까지 낮추면서도 1회 충전 시 최대 450㎞를 주행할 수 있다.

내년 유럽서 '4000만원대' 보급형 전기차 격돌

특히 폭스바겐은 ID.폴로의 고성능 버전 'ID.폴로 GTI'와 새 전기 콤팩트 SUV 'ID.크로스' 양산도 준비하고 있다. 2027년에는 2만유로부터 시작하는 엔트리 전기차 'ID. EVERY1'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도 2만5000유로대 보급형 전기차 '아이오닉 3'와 'EV2'를 투입한다. 두 모델 모두 유럽 현지 생산하는 전용 모델로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현대차 아이오닉 4 디자인을 보여주는 콘셉트 쓰리
현대차 아이오닉 4 디자인을 보여주는 콘셉트 쓰리

먼저 공개될 기아의 소형 전기차 EV2는 내년 1월 9일 브뤼셀 모터쇼에서 데뷔한다. 기아 질리나 공장에서 연간 8만대 EV2를 생산해 유럽 전역에 순차 판매를 개시한다. 독일 현대차 유럽기술센터(ETC)가 개발을 주도한 아이오닉 3는 내년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다.

두 신차에는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에 기반한 새로운 통합 운용체계(OS)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해 상품성을 강화했다.

기아 콘셉트 EV2
기아 콘셉트 EV2

글로벌 완성차들이 유럽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중국 전기차에 대응하는 동시에 가파른 시장 성장세에 올라타려는 포석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10월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02만2173대로 역대 같은 기간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최근 BYD 등 중국 브랜드는 미국 수출길이 막히자 2만유로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유럽 공략 수위를 높이고 있다. BYD는 헝가리와 튀르키예, 체리자동차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관세 리스크를 극복하는 전략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어서 글로벌 완성차에게 유럽 시장의 전기차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