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도날드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크리스마스 광고에 “불쾌하다”는 혹평이 쏟아지자 광고를 결국 중단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BBC 등에 따르면 맥도날드 네덜란드는 지난 6일 '일 년 중 가장 끔찍한 시기'라는 제목의 45초짜리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AI로 생성한 이 광고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사고와 혼란을 묘사했다.
교통 체증에 갇힌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트리를 실은 채 오르막에서 미끄러진 자전거, 눈보라에 날아가는 캐럴 악보, 곰인형을 가지기 위해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 등이 그려졌다.
광고는 연말의 '혼란'을 피해 “내년 1월까지 맥도날드로 피신하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끔찍한' 성탄 시기를 맥도날드에서 따뜻하게 보내라는 블랙 코미디를 담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기괴하다” “아이디어 자체가 형편없다” “이 광고 때문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완전히 망쳤다”고 혹평이 쏟아졌다.
특히 영상이 AI로 제작됐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일으켰다. 6~10초 정도 짧은 클립 여러 개를 이어 붙여 만들어졌는데, 한 네티즌은 “배우도 없고, 촬영팀도 없다. 영화 제작의 미래가 이런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계속되자 결국 맥도날드 네덜란드는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맥도날드 네덜란드는 성명을 통해 “이 광고는 네덜란드에서 연휴 기간 동안 겪는 스트레스 상황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SNS 댓글과 언론 보도를 통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이 시기는 '일년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점을 인지하게 됐다”며 광고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광고를 제작한 스위트샵 필름의 멜라니 브리지 최고경영자(CEO)는 링크드인 게시글을 통해 “사람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확장하는 작업이다. 비전, 감각, 리더십은 언제나 인간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이 작업에 투입된 시간은 일반적인 촬영 시간을 훨씬 뛰어넘는다. 10명이 5주 동안 풀타임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리지 CEO의 해명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독립 제작사 봄퍼 스튜디오는 해당 게시글에 “그 작품에 참여했을 배우들, 합창단원들은 어디로 갔냐”며 “이런 프로젝트에 10명 정도를 투입하는 건 전통적인 실사 촬영에 비해 아주 적은 인원”이라고 지적했다.


AI 제작 광고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AI 광고 제작을 이어가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AI로 크리스마스 광고를 공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올해 새로 공개한 AI 광고에는 일부 긍정적인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와 달리 사람 근접 이미지를 피하고, 겨울을 배경으로 귀여운 동물을 주로 배치했다. BBC는 분석 회사 소셜 스프라우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온라인 댓글 작성자 중 61%가 해당 광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