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논란과 꿀잼' 사이 업무보고

이재명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 발언     (세종=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2     xyz@yna.co.kr (끝)
이재명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 발언 (세종=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2 xyz@yna.co.kr (끝)

이재명 정부의 부처 업무보고가 연일 화제다. 역대 정부 최초로 시도되는 전 과정 생중계는 그 형식만으로도 기존 관행을 깬 파격이다. 카메라 앞에 선 공직자들에게는 식은땀이 흐르는 시간의 연속이다. 국정 최고 지휘자와의 대면 보고라는 중압감에 더해, 현안의 핵심을 찌르는 이 대통령 특유의 '속사포 질문'이 쉼 없이 쏟아지는 탓이다.

생생한 현장 만큼 논란도 있다. 이 대통령이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에게 외화 밀반출 관련 질의를 하며 호되게 질책한 장면을 두고, 야권은 전임 정부 인사에 집중된 “망신 주기식 표적 공세”라며 날을 세웠다. 지난 12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는 역사 학계의 쟁점인 '환단고기' 관련 질의가 나오며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이 급히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자칫 정책 점검의 본질이 정쟁으로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스크린 밖 국민 반응은 의외로 뜨겁다. 온라인상에는 “살다 살다 정부 업무보고를 찾아볼 줄은 몰랐다”, “우리 사회에 저런 디테일한 문제들이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위 '꿀잼'이라는 관전평도 적지 않다. 정치 이슈에 관심을 두지 않던 사람들도 몰입할 수 있을 만큼 국정 현안이 흥미롭게 다가온 것이다.

그동안 부처 업무보고는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요식행위'라는 인식이 강했다. 대다수 국민이 존재조차 몰랐던 업무보고를 광장으로 끌어낸 이번 시도는 그래서 의미가 깊다. 국민은 편집되지 않은 날것의 국정 현안을 보며 알 권리를 충족하고, 각 부처의 공과(功過)를 직접 채점할 수 있게 됐다. 국정 운영을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고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생중계의 취지가 어느 정도 적중한 셈이다.

다만, 국무회의를 대통령이 전적으로 주도하는 만큼 불필요한 설전과 논란은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야 파격적 시도가 단순한 정쟁 소재로 소비되는 것을 넘어, 생생한 '국정 체험의 장'으로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