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차단술 진료비가 5년 새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환자당 많게는 연간 1000회가 넘는 시술을 받아 무분별한 시술에 따른 환자·의료진의 방사선 노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요양기관에서 시행된 신경차단술 현황을 분석한 결과, 동일기간의 건강보험 총 진료비의 증가경향 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2024년 신경차단술을 받은 수진자는 965만명으로 총 6504만건의 시술을 받았다. 그에 따른 진료비는 3조2960억원이 지출돼 2020년 1조6267억원에 비해 5년간 2.03배 증가했다. 건강보험 총 진료비가 2020년 86조7000억원에서 2024년 116조2000억원으로 5년간 1.34배 증가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요양기관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모든 요양기관 종별에서 증가했다. 특히 의원급은 5년간 216.6%(2.16배)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현재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8종 신경차단술별 시행건수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전체 신경차단술 시행건수는 6504만건이며 2020년 3820만건 대비 1.7배 늘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증가가 가장 큰 신경차단술은 '뇌신경 및 뇌신경말초지차단술'로 2.34배 증가했다.
'A병원'은 환자 1인당 '척수신경총·근·절차단술'을 평균 16.73회 시행해 전체 시행기관 평균(3.89회) 대비 4.3배 많았다. '뇌신경·뇌신경말초지차단술'은 8.19회로 전체 시행기관 평균(2.09회) 대비 3.9배 많이 시행하고 있었다.
지난해 신경차단술을 가장 많이 받은 B수진자는 1년간 24개 요양기관에 747회 내원해 등통증(M54), 경추간판장애(M50), 팔의 단일신경병증(G56) 등의 주상병으로 7종의 신경차단술을 1124회 시술 받았다. 전체 환자의 시행건수 평균(5.6회)의 201배 많았으며, 연간 6700만원의 진료비를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공단은 '척수신경총·근·절차단술' 과 '뇌신경·뇌신경말초지차단술'의 경우 일부 부위에는 C-Arm 등 방사선을 이용한 투시장치를 반드시 이용해 시술하도록 하고 있는 점에서 다빈도로 시술을 받을 경우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성도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신경차단술 1건 당 평균 5~10분 간 시술하는 중 C-Arm을 통한 방사선 피폭 시간은 최대 1분으로 감안하면, 환자의 경우 0.034 ~ 0.113mSv(밀리시버트)만큼 피폭된다. 의료진 또한 방사선 피폭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분석 결과와 관련해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신경과학회에서는 'A병원'의 연간 1인당 삼차신경분지 시술횟수가 8.19회로 전체 평균(2.09회)보다 높은 것에 대해 난치성 두통, 대상포진후신경통, 복합부의통증증후군 등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주로 치료하는 통증 전문센터일 경우 1인당 시술횟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환자 한명에게 연간 347회 동일시술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라며 개인의 질병특성 등 진단의 적정성에 대한 확인, 환자 통증 평가와 시술 후 효과가 체계적으로 기록되는지 등 치료 반응성 평가 및 신경차단술 외 약물치료·물리치료·심리치료 등 다학제적 접근에 따른 관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다한 신경차단술 시술은 국소마취제 및 부신피질호르몬제 관련 부작용(알레르기 반응, 부신억제, 골다공증, 당뇨악화, 쿠싱 증후군 등) 및 시술 관련 감염, 신경손상, 혈종 형성 등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또 C-arm 등 누적 방사선량으로 인한 발암 위험 증가와 함께 근본적인 치료없이 통증 완화에만 의존하게 되는 심리적 문제 등 환자의 건강에 위해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신경차단술 뿐만 아니라 더 주요한 질환에 대한 의료이용 분석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불필요한 과잉시술로 인한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고 국민의 건강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급여기준 관리 및 표준 진료지침 마련을 통해 적정한 의료이용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