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즈와 크림처럼 지방 함량이 높은 유제품을 지속적으로 섭취한 사람은 치매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17일(현지시간) ABC뉴스에 따르면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에밀리 소네스테트 박사 연구진은 미국 신경과학회(AAN)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을 통해 고지방 치즈 및 크림 섭취와 치매 위험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장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약 2만8000명을 대상으로 25년에 걸쳐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 브리·고다·체다 등 지방 비율이 20%를 넘는 치즈를 하루 50g 이상 먹은 집단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이 약 1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치즈 섭취는 뇌 혈관 문제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 위험을 약 29% 줄이는 데도 연관이 있었다.
고지방 크림 역시 하루 20g 이상 섭취한 사람들의 경우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약 1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방을 줄인 치즈나 크림, 그 밖의 유제품에서는 같은 경향이 관찰되지 않았다. 우유의 경우 지방 함량과 관계없이 치매 위험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소네스테트 박사는 치즈와 크림, 우유 간 차이에 대해 “식품의 영양 구성과 섭취 방식, 가공 과정의 차이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즈는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염증 반응이나 혈관 기능에 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생리 활성 성분이 생성된다”며 “우유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개인별 섭취량 차이도 크다”고 덧붙였다.
치매 예방 분야의 신경과 전문의 리처드 아이작슨 박사 역시 유제품의 질적 차이를 강조했다. 그는 “치즈를 하나의 식품군으로 단순화해 볼 수는 없다”며 “젖소의 사육 환경과 먹이에 따라 우유 성분이 달라지고, 이는 최종 유제품의 영양 가치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아이작슨 박사는 특히 풀을 먹고 자란 소에서 얻은 유제품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며, 이 성분이 뇌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메가-3는 더욱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APOE ε4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어떤 유형의 유제품을 섭취하더라도 치매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해당 유전자는 치매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근거로 고지방 치즈나 크림 섭취를 늘리라고 권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소네스테트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실험이 아닌 관찰 연구”라며 “이를 이유로 식단을 급격히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그동안 치즈가 건강에 부정적인 음식으로 여겨진 측면이 있었지만, 치즈나 크림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당한 섭취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