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AX(M.AX), 골든타임을 잡아라]〈끝〉“핵심은 사람과 데이터…제도·거버넌스 재설계 시급”

전자신문은 지난 9월 M.AX 얼라이언스 출범과 함께 특별기획 '제조AX(M.AX) 골든타임을 잡아라' 연재를 시작해 △반도체 △로봇·휴머노이드 △자율주행 △AI 팩토리 △조선 △가전 △방산·드론 △유통에 이르기까지 우리 제조업이 인공지능 전환(AX) 문턱에서 마주한 가능성과 한계를 차례로 짚어왔다.

M.AX 좌담회가 19일 서울 중구 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송병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자율제조연구센터장,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관, 이수호 에코프로 전무.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M.AX 좌담회가 19일 서울 중구 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송병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자율제조연구센터장,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관, 이수호 에코프로 전무.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연재의 끝으로 정부와 연구기관, 공급·수요기업 주요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마련, M.AX의 현재 수준과 향후 과제를 점검하고 다음 단계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좌담회로 마련됐다.

좌담회에선 제조AX가 단순한 기술 도입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인력·규제·거버넌스를 동시에 재설계해야 하는 구조 전환이라는 점에서 공통된 의견이 모였다. 일부 선도 기업과 공정에서는 AX 안착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 구조 정비, 실증 중심의 제도 개선, 현장 인력의 AI 활용 역량 강화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좌담회에는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관과 송병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자율제조연구센터장,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이수호 에코프로 전무이사가 참석했다. 사회는 안영국 전자신문 정치정책부 차장이 맡았다.

왼쪽부터 송병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센터장,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서울대 교수),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관, 이수호 에코프로 전무
왼쪽부터 송병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센터장,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서울대 교수),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관, 이수호 에코프로 전무

〈참석자(가나다순)〉

△송병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센터장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서울대 교수)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관

△이수호 에코프로 전무

M.AX 좌담회가 19일 서울 중구 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관, 송병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자율제조연구센터장,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 이수호 에코프로 전무.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M.AX 좌담회가 19일 서울 중구 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관, 송병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자율제조연구센터장,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 이수호 에코프로 전무.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사회(안영국 전자신문 차장)=올해 산업부가 여러 정책 가운데 'M.AX'를 핵심 전략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관=선택이 아니라 필수기 때문이다. 우리 제조업은 경쟁국의 빠른 추격을 허용했고 일부 업종에서는 중국 등 신흥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정밀화학, 정밀소재, 정밀기계 분야에서는 여전히 일본과 독일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도 있다. 이런 상황 속 절박함의 표현이다. 정부는 제조업이 생존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AI 전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제조업 AI 전환을 산업부의 최우선 과제로 보고했고 산업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씀드렸다.

M.AX를 핵심 전략으로 설정한 이유는 제조업 AI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전략을 하나의 가치로 묶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1000개가 넘는 기업·기관·학계·연구계가 함께 모여 제조업 AI 전환을 위한 힘과 지혜를 모으자는 취지다. 그동안 제조기업은 AI 전환을 하고 싶어도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몰랐고, AI 공급기업도 제조업과 접점을 만들기 어려웠다. 이런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제조업 AI 생태계를 확산시키고 새로운 비즈니스와 윈윈 모델을 만들고자 M.AX를 추진했다. M.AX의 핵심은 다양한 플레이어가 원팀으로 협력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사회=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 제조 AX 속도는 빠른 편으로 보는가.

◇송병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센터장=제조 경쟁력을 두고 비교해왔던 미국·독일·일본과의 관계도 변하고 있다. 중국 제품은 과거 저가 이미지였지만 이제는 가격 대비 품질이 크게 높아지며 시장을 교란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독일은 설비·장비 중심의 완성도와 표준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미국은 제조 기반은 약하지만 소프트웨어와 AI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처럼 독자적인 AI를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는지, 독일처럼 설비 완성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는 고민이 따른다. 그래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우리가 잘해온 '빠른 제품화'에 AI를 결합해 지능형 제품을 빠르게 양산하는 것이라고 본다.

한국은 과거부터 IoT 가전이나 융합형 제품을 속도감있게 시도해왔다. AI도 마찬가지다. AI가 탑재된 냉장고, 세탁기, 헤어드라이기 같은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최첨단 AI 기술을 모두 선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제품 완성도를 유지하며 신속하게 AI를 적용하는 방식이 한국에 적합하다. 그런 측면에서 M.AX 전략은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속도를 내는 전략이고, 현재 우리는 늦지 않았으며 가속도를 잘 내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공급기업 입장에서 지금이 '골든타임'이라 보는가.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제조업 AI 전환은 아무 기반 없이 시작할 수 없다. 다행히 한국은 탄탄한 제조기업 기반과 20~30년 현장 경험을 가진 숙련 인력 그리고 지난 20여년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지금이 타이밍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현장 전문 인력이 사라지거나 공장이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우리의 강점을 자산화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실제 제조 현장에서는 AX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는가.

◇이수호 에코프로 전무=결국 핵심은 데이터다. 스마트팩토리와 설비 자동화를 추진해 왔지만, 데이터 통합 관점은 부족했다. AI의 연료는 데이터인데, 데이터가 파편화돼 있으면 AI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AI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다 실패하면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생존의 문제다.

우린 품질을 중심으로 접근했다. 이차전지 양극재 산업은 품질 측정이 어려운 소재 산업인데, 이를 AI로 예측하는 것이 절실했다. 산업부 지원을 받아 1차 연도에는 소성 공정 품질 예측 모델을 약 80% 수준까지 만들었고, 올해는 9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혼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DX) 경험과 AI를 결합하고 데이터를 체계화한 뒤 AI 모델을 접목하니 가능성이 보였다.

◇사회= AX가 중소·중견기업까지 확산하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민우 산업정책관=중소·중견 기업 확산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과거 DX 전환 시기에도 현장을 많이 다녔는데, 대기업은 전체 공정에 AI를 적용하며 성과를 내는 반면, 1차 협력사만 가도 투자대비수익율(ROI)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AI의 대전제는 데이터인데, 중소기업은 데이터 전처리, 수집 기준, 표준화에 대한 인력과 기술이 부족하다. 그래서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첫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AI 모델을 개발하는 협력 모델이다. 대기업이 보유한 고품질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종 특화 AI 모델을 만들고, 협력 중소기업이 공동 활용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중소기업 특화 AI 지원이다. 데이터 전처리와 로우코드 기반 AI 모델 개발을 지원하고, 지역 AI 협력 센터를 통해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사회=어떤 부분에서 AX가 가장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고, 반대의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

◇윤병동 대표=상용화를 제품 관점에서 보면 AI 에이전트가 가장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품질 검사, 품질 예측, 예지보전, 에너지 최적화, 관리 등은 대부분 AI 에이전트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다만 현재는 문제 특화형 AI 모델이 대부분이다. 특정 기업, 특정 문제를 위해 만든 모델은 다른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이를 넘어서려면 업종·업무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이 필요하다.

가장 큰 장애물은 데이터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수백억 파라미터 수준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기업 간, 공장 간 데이터 사일로를 인정하되, 밸류체인 단위나 산업단지 단위로 데이터를 모으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데이터 공유 문제는 스마트공장 초기부터 계속 논의돼 왔다. 데이터는 워낙 복잡하고 추상적이다. 그래서 목적 중심의 파운데이션 모델 같은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 우리는 숙련 인력과 현장 데이터가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데이터를 빠르게 구조화하고 AI로 연결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민우 산업정책관=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 산업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AI 관련 정책국을 신설한다. 흩어져 있던 AI 업무를 통합하고, 제조 AI 전환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다. 현재 10개 얼라이언스를 운영 중이며, 수직 계열화된 데이터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 구축을 목표로 예산과 인력 지원도 확대하겠다.

◇이수호 전무=월간 약 30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가 쌓인다. 관리, 품질, 설비 데이터가 파편화돼 있었는데, 이를 통합 데이터 레이크로 구축 중이다. '마더 팩토리' 전략으로 한 개 라인을 시범 구축해 성공 사례를 만든 뒤 확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쌓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또 제조 현장의 보안 규제, 안전 규제도 AI 적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데이터 중요도에 따라 유연한 거버넌스와 AX 전용 규제 특례가 필요하다.

M.AX 좌담회가 19일 서울 중구 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송병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자율제조연구센터장,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관, 이수호 에코프로 전무.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M.AX 좌담회가 19일 서울 중구 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송병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자율제조연구센터장,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 이민우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관, 이수호 에코프로 전무.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사회=제조 AX의 성공을 위한 제언이 있는가.

◇송병훈 센터장=애플이 요즘 이야기하는 '골든 라인 프로젝트'라는 개념이 있다. 애플은 생산 라인의 베이스라인, 이른바 '골든 베이스라인'을 폭스콘을 포함한 현장에서 집요할 정도로 관리한다. 단순 설비 차원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AI까지 포함해 내부 자동화 수준과 공정 최적화를 코드 단위, 시뮬레이션 단계까지 들여다본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가 AI로 이어진다.

한 라인을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뒤 이를 전체 라인으로 확산시키는 게 골든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우리는 그동안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디지털 데이터가 빠져도 넘어간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특정 업종부터라도 이런 기준을 확산시키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이수호 전무=AI 기술과 데이터 산업을 묶어 추진해야 하고, 그게 M.AX가 만들어진 이유다. 이제 국내 기업 경쟁사는 같은 국내 기업이 아니다. 해외의 글로벌 기업이다. 마더라인은 생산·품질·설비·운영 관리가 모두 갖춰지고, 그 위에 AI 인프라와 솔루션이 올라가야 완성된다.

데이터를 어디까지 오픈하고 공유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공유 가능한 영역은 플랫폼에 내놓고, 초격차 영역은 각 기업이 가져가 시너지를 내야 한다.

제조기업의 핵심은 결국 원가 경쟁력이다. AI 기반 제조 경쟁력과 원자재 경쟁력을 결합해 기술적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

◇윤병동 대표=애플의 골든 라인 개념도 예전부터 있었지만, AI가 결합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조는 DX가 일정 수준에 올라와 있을 때 AI가 역할을 할 수 있다. AI는 전부가 아니라 하나의 툴이다. 이번 기회에 AI를 포함해 전체 제조 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골든 프로젝트 같은 기준을 만들어 협업 사업으로 연결했으면 한다. 이건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아젠다다.

특히 제조 분야는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가 국가 차원에서 아직 없다. 어떤 데이터가 중요한지, 그 중요도에 따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다. 표준과 보안은 기업 단위에서 담당하더라도, 최소한 데이터 활용의 룰과 구조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설계가 필요하다. 이번 기회를 잘 살려 우리나라가 2035년쯤에는 지금보다 훨씬 독보적인 제조강국 위치에 서길 바란다.

정리=조성우 기자

사진=이동근 기자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