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패' 꺼낸 쿠팡, 대통령실이 나섰다

성탄절 장관급 긴급회의 소집
이례적 외교·안보라인도 동참
쿠팡, 美 정관계 전방위 로비
李 대통령, 강력한 대응 의지

브리핑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5일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끝)
브리핑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김용범 정책실장이 5일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끝)

쿠팡 사태가 새국면을 맞이했다.

쿠팡이 미국 정관계와 접촉을 강화하면서 한미 통상마찰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섰다.

대통령실은 25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 부처 장관급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 김종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 관계 부처 수장들과 경찰청 등 수사기관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정부는 현재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팀장인 범부처TF를 과기부총리 주재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쿠팡이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최근 미 정치권 일각에서 쿠팡에 대한 한국 측 규제에 비판이 나오자 대통령실이 직접 개입한 신호로 풀이된다. 여기엔 이번 사안이 한미 무역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엄중한 사태 인식과 이재명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은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쿠팡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범석 의장은 해외 체류를 이유로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337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자발적 보상안 역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않은 채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쿠팡의 규정 위반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형벌 합리화 TF'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위반자가 처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이례적으로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등 외교·안보 라인도 동참했다. 이는 쿠팡이 미국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펼치며 이번 사태를 한미 무역 갈등으로 비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 당국의 정확한 입장을 공유하며 부처 간 대응 유기성을 높이겠다는 포석이 담겨 있다.

앞서 지난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SNS를 통해 “한국 국회가 공격적으로 쿠팡을 겨냥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들에 대한 넓은 규제 장벽을 위한 무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자국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해외 국가의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쿠팡에 대한 압박에 미국 측이 반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쿠팡은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미국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아이엔씨가 소유하고 있어 법적으로 미국 기업으로 분류된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관련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