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尹 전 대통령에 징역 10년 구형…“헌법 질서 훼손한 중대 범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2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와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침해 등 혐의에 대해 총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선 재판 가운데 첫 구형이다.

특검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형 내역은 △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 징역 5년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침해 및 외신 대상 허위 사실 전파 혐의 징역 3년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 혐의 징역 2년이다. 비화폰 관련 증거인멸 혐의도 함께 반영됐다.

박억수 특검보는 구형 의견에서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라며 “국민의 신임을 저버리고 범행을 반성하기는커녕 불법성을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구속이 유치하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범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겠다며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피고인이 정작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견제 장치는 전혀 따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아전인수식 범행으로 헌법 질서와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와 관련해선 대통령경호처 소속 공무원을 사병처럼 동원해 영장 집행을 조직적으로 저지한 전례 없는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양형기준 가중구간(징역 1~4년)을 넘어선 징역 5년 구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남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검찰 구형을 지켜봤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의 외형만 갖추기 위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했고, 이로 인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헌법상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지난 7월 구속기소했다.

또 비상계엄 해제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한 문서를 근거로 계엄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작성한 뒤, 대통령기록물이자 공용서류인 해당 문건을 파쇄해 폐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헌정질서 파괴의 뜻은 없었다'는 내용이 담긴 PG(프레스 가이던스)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구형 이후 윤 전 대통령 측이 절차상 이의를 제기하면서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이어갔고, 이후 변호인 최후변론과 윤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이 예정돼 있다.

이날 결심 절차에 앞서 예정됐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은 두 사람 모두 출석하지 않으면서 철회됐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 종료 전 선고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앞선 공판에서 재판부는 내년 1월 16일 선고를 예고한 바 있다. 내란 특검법에 따라 1심 선고는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