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⑮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 “학령인구 절벽 속 '정면 돌파'…전국 최초 통합대 실험”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이 인터뷰에서 통합캠퍼스의 역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우단우PD)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이 인터뷰에서 통합캠퍼스의 역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우단우PD)

내년 3월이면 전례 없는 통합 대학이 출범한다. 국립창원대학교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경남도립거창·남해대학과 통합을 결정했다. 전국 최초로 학사와 전문학사를 동시 운영하는 통합 대학 형태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국립창원대는 대학의 'DNA'를 바꾸는 실험에 돌입했다.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국립창원대는 3개의 캠퍼스를 통해 필사의 생존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각 지역의 전략 산업을 지역 캠퍼스와 잇고, 서로 연결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립창원대는 캠퍼스 통합에 그치지 않고, 한국승강기대, 한국전기연구원(전기연), 한국재료연구원(재료연)과도 적극적인 협력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립창원대의 실험이 통할 수 있을지,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을 직접 만나 그가 그리는 대학의 비전을 들어봤다.

대담=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글로컬대학30 선정 후 1년이 지났나. 사업 진행 상황은.

▲국립창원대는 경남에 있는 도립대를 통합하는 독특한 모델이다. 기대는 물론, 지역사회의 반발도 있었지만, 모두 잘 해결했다. 거창도립대학과 남해도립대학은 최종 승인을 받았고, 내년 3월 국립창원대와 동일한 대학으로 캠퍼스가 새롭게 문을 연다. 글로컬대학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통합하면서 겪은 어려운 점과 통합의 의미는.

▲거창이나 남해는 흡수 통합 방식이 될 때 그 지역의 학령인구가 창원으로 모두 떠나지 않을까 하는 지역사회의 우려가 있었다. 대학을 통합할 때 교수·직원 정원 축소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국립창원대는 신입생 정원을 늘렸다. 또한 거창과 남해캠퍼스 정원은 단 한 명도 줄이지 않았다. 지역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통합 캠퍼스의 의미는 크다. 창원은 국가산업단지에 3000개 기업, 해당 기업의 종사자 13만 명이 상주한다. 제조업 중에서는 가장 큰 국가산업단지다. 이곳에 위치한 국립대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업계는 석·박사급 고급 인력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실무에서 일할 전문학사 출신도 요구하고 있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의 스펙트럼과 수요가 그만큼 다양한 것이다. 통합된 국립창원대에서는 기업의 요구를 맞출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

-국립창원대 통합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대학 통합은 지금도 구성원 간 이견이 존재한다. 모두가 찬성하는 통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큰 방향성을 거스를 순 없다. 공청회를 열어 의견수렴 과정만 3번을 거쳤다. 결과적으로는 교원의 56% 이상이 찬성하면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거창과 남해캠퍼스는 구성원의 80~90%가 찬성했다. 해당 캠퍼스로 설명회만 각각 3번씩 참여했다. 각 캠퍼스에 총장이 직접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총장으로서 지역을 방문해 설명회를 가진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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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캠퍼스는 어떤 역할을 하나.

▲국립창원대는 'DNA'를 내걸었다. DNA란 방산(Defence), 원자력(Nuclear), 스마트제조(Autonomous)를 의미한다. 창원캠퍼스는 DNA+ 고급인재 양성을 위한 방산(D), 원전(N), 스마트제조(A), 나노바이오·수소에너지(+), 지역사회 혁신을 이끄는 인재(UGRIC HuMANS)를 특성화 분야로 삼았다. 거창캠퍼스는 DA+ 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방산(D), 스마트제조(A), 공공간호, 항노화 휴먼케어, 드론융합·Ag-Tech가 특성화 분야다. 남해캠퍼스는 DN+ 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항공·해양 방산(D), 에너지안전(N), 관광 융합 분야를 특성화로 키운다.

승강기캠퍼스는 국내 최초이자 전무후무한 승강기 특화 대학이다. 해외에 수출된 승강기 유지, 수리, 보수할 기업이 필요하고 그런 기업에 인력을 공급한다. 이제 막 승강기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에 외국인 인력을 키우는 것도 승강기대학에서 맡게 될 것이다.

-전기연, 재료연과의 협력 모델은.

▲두 연구소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하는 곳이며 그만큼 인재도 모여있다. 지리적으로도 국립창원대와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이전부터 교수와 연구원 간 많은 교류를 해왔다. 올해 초 창원대는 전기연, 재료연과 투자·협력 협약식을 개최했다. 창원대는 두 기관과 △특화조직 신설 △규제특례 추진 △제도개선 △공동 교육프로그램 운영 △공동 R&D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공동 투자 방안 등을 마련했다. 2차 연도부터는 다양한 공유·협업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지역 혁신기관 간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국립창원대의 대안은.

▲현재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국립대가 합종연횡하고 있다. 중부권 위의 국립대는 통합하고, 남부권 대학은 의대 유치를 통해서 지역중심국립대 협력 대학으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국립창원대 역시 주변 경상대와의 통합 필요성도 나오지만, 160만 명 인구가 있는 창원시의 유일한 국립대로서 독자생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미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립대 간 통합만이 답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대학의 특성화다. 대학이 성공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하고, 탄탄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시범적으로 해보고자 하는 것은 '기계공과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창원은 제조산업의 메카로 기계공학이 단순 학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단과대학으로 키워보자는 복안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AI) 대학을 만들려고 한다. 두 개의 단과대학 신설은 내부 준비를 마쳤다. 교내 의사결정을 거쳐 조직을 개편하고, 학제를 개편해 내년 3월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거점국립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글로컬대학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200여 개 대학이 밤새 매달려서 준비했다. 지역 대학을 살리겠다며 글로컬대학 사업 선정을 위해 내세운 방향성과 갑자기 등장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왜 꼭 서울대여야 하는지, 숫자는 왜 10개여야 하는지. 구체성은 없고 선언만 있다. '만들기'를 한다면 경쟁해야 하는데 지금은 경쟁이 없다. '지역거점국립대'라는 법률적 해석이 없는 대학을 무조건 지원한다고 한다.

이는 어릴 적 아버지와 큰형 밥상은 윗목에, 막내와 여동생 밥상은 아랫목에 따로 두고 차별하는 것과 같다. 10개를 만들겠다면 아이디어나 구체성을 토대로 국립대도 경쟁해야 한다.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된 4개 대학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거점국립대의 통합이 잘 안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어차피 지원받을 수 있는데 통합할 이유가 없지 않나. 대학에 혼돈이 오지 않도록 정책을 내놓을 때 심사숙고하길 바랄 뿐이다.

-대학 특성화는 왜 중요한가.

▲국립대 역시 미래를 향한 변화가 필요하다. 학문의 다양성은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과감한 특성화가 필요하다. 지역 국립대의 특성화는 지역이 요구하는 지식보다 앞서야 한다. 그렇지 못한 대학은 지역에 도움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박민원 총장과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우단우PD)
박민원 총장과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우단우PD)

-지역 정주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나마 창원은 국가산업단지로 상황이 비교적 낫지만, 영원한 안전지대는 아니다. 창원에도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를 만들어야 한다. 다크 팩토리는 공장의 불이 꺼져도 AI나 로봇, IoT 등 자동화로 완전 무인 운영되는 공장을 뜻한다. 중국의 샤오미, 미국의 테슬라는 이미 다크 팩토리가 시작됐다. 미래 제조업은 노동집약형에서 지식집약형 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창원은 근로자, 파란 외투로 대변되는 공단의 이미지가 있다. 지역 공장과 제조업은 지식집약형 다크 팩토리로 탈바꿈해 여성도 올 수 있는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여성이 정주하면 남성 정주도 따라온다. 문화생활 인프라 확대, 국제학교 유치 등을 지역 정주 요건으로 요구하지만, 실제 이용자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을 꾸리고, 개인이 소비를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AI, 데이터 산업으로 전환해 여성도 많이 일할 수 있는 '우먼 프렌들리' 지역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글로컬대학에 대한 지자체 협의나 지원은.

▲글로컬대학으로서 경상남도와 창원시와도 많이 협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으로 경상남도에서 그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예산을 지원받았다. 창원시에서도 내년에 몇십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한다. 도립대는 광역지자체에서 지원받고, 국립대는 국가에서 지원한다. 통합 과정에서 광역지자체가 예산지원도 약속했다. 그 약속이 없었다면 통합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경상남도에서도 도립대 형태보다는 국립대로의 통합이 맞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지역소멸로 인한 학업 요구 충족의 교두보를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에 경상남도도 지원한 것으로 본다.

-임기 중 '꼭 이루겠다'고 다짐한 한 가지는.

▲그간 국립창원대는 국립대임에도 QS나 THE 랭킹 등 대학 순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국가산업단지가 인접해 취업은 할 수 있는 대학이라는 생각에 안주했던 것도 사실이다. 누워만 있어도 입으로 감이 떨어지는 줄 알고 주변 관리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국립대 최초로 성과관리원을 만들었다. 단순히 수치상의 순위를 올리기 보다 대학의 브랜드가 높아지고,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5년 안에 이를 다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다.

임기 안에 꼭 이루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름다운 캠퍼스'를 만드는 것이다. 아름다운 캠퍼스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부터 학생과 지역 시민의 안전, 보행권을 위해 국립 최초로 정문을 '보행자 전용길'로 만들었다. 전후 대학 내 차량 통행량, 특히 캠퍼스의 단순 통과가 대폭 줄어 학생과 지역시민의 안전권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보행자 전용길 만들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26년 동안 무단 경작과 쓰레기로 방치됐던 정문 옆 용동근린공원 사업 부지 꽃밭 및 나구스공원을 개장했다. 정문 일원 창원천 둘레길과 만남의 숲을 조성하고 그곳에서 연결되는 탁청대공원과 사림공원도 조성했다. 대학과 지역사회 경계를 허물고, 학생과 대학 구성원, 지역 시민의 사랑을 받는 대학 캠퍼스로 거듭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벽을 완전히 없앤 열린 대학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

박민원 총장은 국립창원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오사카대학 전기공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에 재직했고, 2004년부터 국립창원대 전기전자제어공학부 교수로 재직해 왔다. 국립창원대 NEXT사업단 단장, CK사업 스마트메카트로닉스 창조인력양성사업단 단장, 메카트로닉스연구원 차세대전력기술응용연구센터 센터장,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국제기획이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경남창원그린스마트산단 단장, 한국산업정보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2024년 2월 국립창원대 제9대 총장에 취임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