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결국 원내대표 사퇴…친명-친청 갈등 분수령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제62차 원내대책회의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고 퇴장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제62차 원내대책회의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고 퇴장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각종 의혹에 시달렸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원내대표 보궐선거와 최고위원 선거가 내달 함께 치러지게 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와 친청(친 정청래)계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자신과 가족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 속에서도 김 원내대표는 직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차 종합특검과 통일교 특검 등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해야 할 여당의 정치적 동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컸다.

김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민주당 원내대표로서의 책무를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번 결정은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부조직법 등 일부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정청래 대표와 파열음을 내기도 했던 김 원내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당내 역학 구도가 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친명계와 친청계로 분화되는 과정에서 치러지는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더해 당내 2인자인 원내대표까지 새로 선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원내대표 보궐선거를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함께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당선자는 오는 11일 동시에 결정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국회 본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국회 본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친청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최고위원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지도부의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에 친명계가 원내대표·최고위원 보궐선거 등에서 승리를 거두면 정 대표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진다.

현재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에서는 범친청계가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친문(친 문재인)계인 한병도 의원을 비롯해 정청래 지도부의 사무총장인 조승래 의원, 정 대표 체제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을 지낸 백혜련 의원 등이다. 계파색이 옅은 박정 의원도 후보군으로 분석된다.

다만 당헌·당규에 따라 재선출된 원내대표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임기인 6개월여에 불과하다. 게다가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원내대표의 실질적인 임기는 사실상 4~5개월 남짓에 그치는 탓에 기존 후보군이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강선우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단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강 의원은 김 원내대표에 대한 녹음 등이 보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후보였던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여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