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이 강한 연료 없이도 우주에서 즉시 점화되고, 오랫동안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위성 추진 기술이 개발됐다.
포스텍(POSTECH)은 이안나 기계공학과 교수, 박사과정 이정락 씨 연구팀이 한국기계연구원(KIMM) 강홍재 선임연구원과 함께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해 아산화질소(N₂O) 기반 추진기관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차세대 친환경 저장성 추진 시스템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5일 밝혔다.

최근 스페이스X를 비롯한 해외 발사체의 운용 효율이 크게 높아지고, 지난해 11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국내외 우주 수송 능력이 전반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발사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위성 군집 운용, 저궤도 위성 서비스, 달 탐사 등 우주 임무가 장기화·다양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필요할 때 바로 점화되고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저장성 추진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존 하이드라진(hydrazine) 연료는 강한 독성과 까다로운 취급 절차로 인해 환경·안전 문제를 안고 있어, 이를 대체할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추진 기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비교적 안전한 물질인 아산화질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물질은 치과 마취제로 사용될 만큼 취급하기 쉽지만, 이를 우주·항공 산업에 적용하기에는 안전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연료와 함께 태우는 방식은 소형 추진기에서 효율이 낮고, 촉매를 사용하는 방식은 구조가 복잡하며, 연료와 산화제를 미리 섞는 방식은 폭발 위험이 커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플라즈마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플라즈마는 번개나 오로라처럼 에너지가 매우 높은 상태의 물질로, 연소 반응을 훨씬 쉽게 시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적용한 '회전 글라이딩 아크(RGA) 플라즈마'는 짧은 시간 안에 3차원 공간에서 플라즈마를 활성화해 기존에는 불이 붙지 않던 조건에서도 연소를 가능하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아산화질소 기반 이원추진제 시스템에 적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30~100W(와트) 수준의 낮은 전력만으로도 즉각적인 점화가 가능했으며, 기존 연소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초희박 조건', 즉 연료가 극히 적은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연소가 유지됨을 확인했다. 특히 산화제 대 연료 질량 비율이 1000에 달하는 극한 조건에서도 촉매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연소 효율은 87.8%에 달했다.
이번 성과는 복잡하고 무거운 촉매나 예열 장치를 덜어내 위성 무게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폭발 위험이 있는 예혼합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안전성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안나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라즈마 기술을 톻해 차세대 친환경 추진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한 성과”라며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KIMM 강홍재 선임연구원은 “연구팀의 기술은 저전력에서도 높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어 소형 위성부터 장기 임무 추진체까지 폭넓게 활용될 잠재력이 크다”라고 했다.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사업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항공우주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 'Aerospace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