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용량 늘려도 '힘' 안 딸린다

정경민 UNIST 교수팀
출력 75% 높인 후막 전극 개발

정경민 교수(왼쪽)와 전병진 연구원
정경민 교수(왼쪽)와 전병진 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동시에 만족하는 후막 전극을 개발했다. 주행 거리를 늘리고 오르막 주행에도 힘이 딸리지 않는 전기차 개발에 청신호를 켰다.

정경민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은 배터리 후막 전극 내 다공성 구조를 최적화하는 방법으로 배터리 출력을 기존 대비 75% 높일 수 있는 대용량 전극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 전극 자체를 두껍게 쌓아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후막' 전극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극이 두꺼워지면 순간적으로 전기를 방출하는 출력 성능이 떨어진다. 전극 두께만큼 리튬이온의 이동 거리가 늘어나고 통로가 복잡해져 방전 과정도 느려지기 때문이다.

정 교수팀은 전극 내 기공을 두 종류로 분류해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전극을 설계했다.

전극 안에는 리튬이온이 비교적 잘 통과할 수 있는 큰 기공(입자간 기공)과 전극 첨가제인 도전재와 바인더가 뭉쳐 형성된 미세 기공(CBD 구조)이 공존한다. 정 교수팀은 이 가운데 미세 기공이 리튬이온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보고 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이중공극 전송선 모델(DTLM)을 자체 개발해 전극 설계에 적용했다. 이어 정량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제조 공정과 도전재 함량 등을 조절해 전극의 내부 구조를 최적화했다.

이렇게 개발한 전극은 면적당 용량이 10mAh/㎠에 달하는 고용량임에도 출력 성능이 뛰어났다.

배터리 용량 2배(2C)의 고출력 환경에서 기존 전극의 면적당 용량은 0.98mAh/㎠에 그친 반면, 정 교수팀이 개발한 전극은 1.71mAh/㎠를 기록했다. 짧은 시간 안에 뽑아낼 수 있는 전기 에너지가 약 75% 늘어났다는 의미다.

정경민 교수는 “후막 전극 시대는 소재 자체 특성과 함께 소재로 만드는 '미세 구조의 활용도'를 높이는 설계가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하이니켈 배터리뿐만 아니라 도전재 비중이 높아 설계가 까다로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지원한 '이차전지 건식 전극용 연속식 대면적 제조 장비 개발' 과제 수행 결과물이다. 지난달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에 게재됐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