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기 힘든 지구?…경희대, 5억명 넘는 만성 호흡기질환 첫 정밀 분석

204개국 데이터로 1990~2023년 변화 추적
75세 이상·흡연·비만 집중 관리 필요 시사

(왼쪽부터)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임예솔·김소은 연구원, 오지연 학생.
(왼쪽부터)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임예솔·김소은 연구원, 오지연 학생.

경희대학교는 연동건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만성 호흡기질환의 전 세계 질병 부담과 코로나19 펜데믹의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연구는 전 세계 204개국의 데이터를 활용해 1990년부터 2023년까지 만성 호흡기질환의 유병률과 사망률 변화를 장기간 추적·분석한 것이다. 연구는 워싱턴대학교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를 중심으로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 하버드의대 등 세계 1100여명 연구진이 참여한 대규모 국제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만성 호흡기질환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간질성폐질환, 진폐증 등을 포함하는 질환군으로, 심혈관질환·암·당뇨병과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4대 주요 비감염성질환(NCD) 중 하나다.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약 5억6900만명이 만성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천식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망의 대부분은 만성폐쇄성폐질환에서 발생해 질환별로 질병 부담 양상이 크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장기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만성 호흡기질환 사망률은 약 25.7% 감소했지만 환자 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질환별로는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사망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나, 간질성폐질환 등 일부 질환에서는 질병 부담이 크게 줄지 않는 경향이 관측됐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에는 변화 양상이 더욱 뚜렷했다. 2020년 이후 만성 호흡기질환의 발생률은 소폭 증가했지만, 사망률 감소 속도는 이전보다 둔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로 호흡기 감염에 따른 단기 악화 요인은 줄었으나, 장기적인 질병 부담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팬데믹 이후 CT 촬영 증가와 의료 접근성 확대로 기존에 진단되지 않았던 환자가 새롭게 발견되는 이른바 '숨은 환자' 효과도 나타났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질병과 사망 부담이 집중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간질성폐질환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서 해당 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과 선제적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위험 요인 분석 결과, 세계적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은 여전히 흡연이었으며, 천식의 경우 높은 체질량지수(BMI)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고소득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져, 금연 정책과 비만 관리 등을 포함한 복합적인 예방 전략의 필요성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각국 보건당국이 만성 호흡기질환 예방과 관리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동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만성 호흡기질환의 장기적 변화와 코로나19 이후의 구조적 영향을 동시에 분석한 첫 연구”라며 “고령층과 질병 부담이 큰 지역을 우선 대상으로 한 맞춤형 예방·관리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가 발행하는 세계 최고 권위 의학 학술지 'Nature Medicine' 1월호에 게재됐다.

용인=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