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산업안전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예방·대응 기술을 개발할 연구기관 설립 근거법을 만들려고 나선 것은 시대에 부응하는 조치다. 대부분 국민 노동이 산업과 연계돼 있는 만큼, 국민 안전 확보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행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용노동부 산하에 국립산업안전과학원(가칭) 설치를 규정한 '산업안전기술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현 정부 출범 뒤에도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를 과학적 연구를 통해 구조적으로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역할한다. 이 법이 마련되면, 그간 재해 발생 뒤 책임자 처벌 등 사후 대응에 집중했던 고용노동부 지위가 산업안전 기술개발 및 산업재해 예방 컨트롤타워를 맡게 된다.
국립산업안전과학원은 날로 첨단화·고부가가치화 되는 산업공정 속 위험 요인과 신산업분야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 개발을 총괄하게 된다. 또 인공지능(AI)·센서·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예측도와 초기 대응 역량을 높인다.
나아가 산업안전 장비 및 시스템의 역할과 기능도 고도화되는 만큼, 이에 대한 성능 실증 연구와 현장 접목기술을 발굴해 적용도를 높인다. 동시에 산업안전 기준·시험방법·인증 기준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표준화하는 역할도 맡는다.
산업안전 연구개발(R&D) 총괄기관으로서 제대로 역할하기 위해선 든든한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인력·예산 등 뒷받침도 필요하다. 법 제정 추진과 올해 첫 노동부 내 R&D 예산 배정 등이 이뤄졌지만 시작 단계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미미한 수준이다.
국회와 정부가 손발을 맞춰 국민과 산업 안전의 시스템적 기반을 만드는 일이 볼품이 없어지면 안된다. 향후 법에 따라 설립될 산업안전과학원에도 우수한 연구인력들이 많이 배치돼 성과있는 결과물들을 내놓으려면 우선 재정적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다행히 청와대 차원에서도 산업재해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다시피 예방 대책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이번이 법 제정과 산업안전과학원 설립의 더없는 기회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만큼은 제식구 자리 늘리기 같은 구태로 법 제정과 신설기관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저버리는 일이 발생해선 결단코 안된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컨트롤타워로서 과학적 대응이라는 제도적 역할이 더해지는 만큼, 더 막중해진 책임을 하루도 잊어선 안될 것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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