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의료진이 표준 항생제 치료에도 잘 낫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감염 환자의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결정적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기준을 제시했다.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김용균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양수 교수 공동 연구팀은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혈류감염 환자 842명을 15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이형내성(Heteroresistance)'이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이 2.5배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MRSA는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이다. 페니실린이나 세팔로스포린 등 일반적인 항생제로 치료가 불가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슈퍼박테리아로 지정한 고위험군 병원체다.
주로 혈액을 통해 전신에 퍼지는 혈류감염을 일으키며, 표준 치료제로 반코마이신(Vancomycin)이 사용된다. 연구팀은 임상 현장에서 반코마이신을 투여해도 치료에 실패하는 사례가 잦다는 점에 주목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환자 842명의 균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세균 집단 내 일부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이형내성(hVISA)'이 치료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밝혀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형내성을 가진 환자에게 기존대로 반코마이신만 처방할 경우, 90일 내 사망 위험은 일반 MRSA 환자 대비 2.5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감염 지속 기간은 평균 1.8일 길어졌으며, 완치 후 90일 내 재발률은 약 5배나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같은 위험을 조기에 선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정밀 검사인 'PAP-AUC' 수치가 0.65를 넘을 경우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검사로는 놓치기 쉬운 '숨은 내성'을 찾아내, 치료 초기부터 반코마이신 대신 다른 항생제를 쓰거나 병합 치료를 해야 한다는 근거가 된다.
김용균 교수는 “표준검사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MRSA의 숨은 부분 내성이 치료 실패와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대규모 데이터로 입증했다”며 “새롭게 제시한 기준(PAP-AUC 0.65)은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와 공동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됐다.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에디터스 하이라이트(Editors' Highlights)' 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