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까지 나섰지만 요지부동…'닥터나우 방지법' 재추진에 업계 근심

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1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약사법 개정안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과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 등이 참석했다.(사진=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1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약사법 개정안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과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 등이 참석했다.(사진=보건복지부)

정부 부처와 정치권 이견에도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소유를 막는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약사법 개정안)' 입법 움직임이 다시 일면서 벤처·스타트업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의 중재에도 보건복지부가 '사전 금지' 방식의 규제를 완강하게 밀어붙이는 탓이다. 제도 불확실성에 놓인 기업은 혁신 산업 생태계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날 약사법 개정안 입법 진행 상황과 대응방안 등을 확인하는 대책 회의를 가졌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비공개 석상에서 닥터나우 방지법의 조속한 처리 의지를 피력했다는 보도가 발단이 됐다. 이르면 29일 국회 본회의에 약사법 개정안이 상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닥터나우 방지법은 의약품 도매상 결격 사유에 비대면진료 중개업자 추가가 골자다. 일부 플랫폼은 소비자가 처방 약의 재고 여부를 몰라 약국을 전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지부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획득하고 재고 여부 안내 서비스를 제공했다.

제휴 약국 추천 같은 플랫폼의 담합 가능성을 들어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닥터나우 방지법을 대표 발의하고, 영업 자유 침해 이유로 '신중 검토' 입장을 나타냈던 복지부가 법안에 동조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놓였다.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한 상태로, 그대로 시행되면 그동안 도매상을 운영한 플랫폼들은 강제로 사업을 접어야 한다.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지난해 12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약사법 개정안, 벤처업계에 의견을 묻다' 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지난해 12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약사법 개정안, 벤처업계에 의견을 묻다' 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플랫폼 사업을 원천 금지하는 규제는 이재명 정부 기조와 맞지 않고,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게 된다는 벤처·스타트업계 호소에 일부 국회의원이 공감하면서 본회의 상정은 두 달 가까이 미뤄졌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이 미치는 파급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이재명 정부의 벤처·스타트업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복지부와 중기부에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국회까지 나섰지만, 논의는 답보 상태다. 두 부처는 이달 14일 약사법 개정안 관련 간담회를 가졌지만, 플랫폼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내세운 복지부와 신산업 성장 저해 가능성을 든 중기부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각자 주장만 반복할 거면 왜 간담회를 열었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플랫폼 기업들은 사업 지속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민간 플랫폼에 개방하는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관계자는 “DUR은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부작용 또는 중복되는 약은 없는지 알려주는 용도라 실시간 재고 확인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설령 개방하더라도 심평원의 인프라 연동 비용이 상당해 스타트업에겐 부담”이라고 말했다.

닥터나우 애플리케이션 내 재고 연동 표기 변경 이미지(사진=닥터나우)
닥터나우 애플리케이션 내 재고 연동 표기 변경 이미지(사진=닥터나우)

한편, 닥터나우는 28일 '의약품 재고 연동 표기'와 '표기 노출 방식'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의약품을 실제 구매한 약국과 구매 없이 재고 보유 여부를 입력한 약국 구분 없이 모두 '조제가능성' 표기로 환자에게 노출하게 된다. 도매상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한 약국에 특혜를 준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현행법상 규율을 지키며 허가된 범위 내 합법적으로 운영한 의약품 도매 서비스가 취지와 다른 과도한 우려와 왜곡으로 부당한 금지 입법까지 이어지고 있어 우려 근간을 없애고자 조치했다”면서 “다만 환자의 약국 선택권과 의약품 상세 정보에 대한 알권리 보장은 여전히 중요하다. 비대면진료 이용 환자가 불편 없이 처방 의약품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조속히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호소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