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정통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충남과 대전, 전남과 광주, 경북과 대구 등에서 행정통합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국가 구조를 새롭게 정비하고, 수도권 1극체제가 가져온 불균형적 발전을 완화해,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4년간 최대 20조원 지원 등 통합 추진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행정통합 논의는 국민주권 정부의 '5극 3특' 지역 발전전략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고,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5극 3특' 전략은 광역화된 지역에서 여건에 맞는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산업기반 확충과 기업의 지역 투자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행정통합과 함께 '5극 3특' 전략을 결합한다면 지역 산업이 대규모화 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지역 성장 방식이 될 것이다. 행정통합과 '5극 3특' 전략이 지역의 경제활력과 역동성을 높여 국가 전체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이라 확신한다.
세계적으로도 지역에 기반한 성장 전략은 거를 수 없는 흐름이다. OECD는 '지역 매력에 대한 재조명(Rethinking Regional Attractiveness)' 보고서를 통해 지역 중심의 자생적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거 산업혁명의 중심지였던 영국 맨체스터는 광역연합 출범 후 중앙정부로부터 파격적인 권한을 이양받아 쇠퇴하던 공업도시에서 디지털·첨단기술 중심지로 탈바꿈에 성공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2026년 업무보고에서 부처 역사상 최초로 지역 정책을 '제1번 과제'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제는 산업정책이 곧 지역정책이고, 정책의 기본적인 틀을 '지역'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특히, '5극 3특' 전략을 범부처적인 차원에서 긴밀히 추진해, 성장엔진 육성부터 기업의 지방투자 확대, 정주 여건 개선에 이르기까지 지역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이고, 나아가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다.
'5극 3특' 전략의 밑그림은 명확하다. 중앙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이 스스로 지역전략산업(성장엔진)을 주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지역 여건에 맞는 전략산업 육성' '앵커기업 투자 유치' 그리고 정부와 민간이 하나로 움직이는 '민관 협력'을 이번 전략의 3대 축으로 삼았다. 아울러 '제조 인공지능(AI) 대전환(M.AX) 얼라이언스'를 통해 2030년까지 지역별 특성과 산업여건에 맞게 AI 팩토리 500개와 AI 실증 단지를 조성하여 지역산업과 AI융합을 위한 허브로 육성할 예정이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RE100 산업단지 정책을 병행해, 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산업이 들어서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정책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무엇보다 '5극 3특' 전략과 지역전략산업(성장엔진)의 성공을 위해서는 앵커기업과 협력사가 지역에서 투자와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원칙 하에, 지역 수요에 기반해 '성장엔진 5종 세트'를 지원할 것이다.
첫째, 과감한 규제 혁파다. 지역 성장을 가로막는 병목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메가특구'를 도입하고, AI나 자율주행 같은 첨단 산업에는 현장에서 신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메뉴판식 규제 특례'를 제공한다.
둘째, 기업 투자의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앵커기업이 지방 투자를 결심하면 연구개발(R&D)부터 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및 세제 지원까지 세심하게 뒷받침할 예정이다.
셋째,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중 40% 이상을 지역 프로젝트에 집중 투자해 산업 생태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넷째, 지역 인재 양성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지역 거점 국립대를 지정하고 연구 역량 투자를 통해 지역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직접 길러내도록 한다. 청년들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좋은 일자리를 얻어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장 엔진 특별보조금'을 신설해 기업의 지역투자에 필요한 부담을 대폭 낮출 것이다. 입지 여건 등이 불리해 소외되어왔던 지역에 대해서는 혜택이 더 갈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할 계획이다.
정책의 성패는 결국 현장과의 소통에 좌우된다. 산업통상부는 연초부터 장관이 직접나서 5극 3특 전 권역을 차례로 직접 발로 뛰며 소통하고 있다. 지역현장에서 기업과 청년, 대학과 연구소 등 혁신 주체들과 머리를 맞대며 지역 성장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현장의 절실함이 담긴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산업과 기술 모든 측면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거대한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을 핵심적 해법 중 하나는 지역별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 다극형 성장 체계로의 전환에 있다. 2026년을 행정통합과 함께 5극 3특 지역 성장의 원년으로 삼아, 지역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함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성장경로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
〈필자〉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역혁신과장·소재부품총괄과장·석유산업과장·원전산업정책관·대변인 등을 역임하며 산업·지역·에너지정책을 두루 담당해 왔다. 지역 주도 성장을 위한 신산업 육성과 산업 체질 개선에 기여해 온 전문가로, 2025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으로 임명됐다. 2025년 10월 정부조직 개편 이후에는 산업·지역 성장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부 차관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