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차세대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운용 시간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가 중장기 핵심 수요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새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5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700% 이상으로 추산됐다.
트렌드포스는 이러한 급성장이 차세대 전지 수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대부분은 액체 전해질 기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지만, 작동 시간 연장과 고부하 처리 능력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 높은 고체 리튬 배터리(전고체) 도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렌드포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용 고체 배터리 수요가 2035년 74GWh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6년과 비교해 1000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의 주된 전원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고니켈 삼원계 리튬 배터리(NMC/NCA)로 분석됐다. 반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지만, 높은 지속 운용이 필수적이지 않은 서비스 로봇에 주로 적용되는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진단했다.
다만 현존 제품의 운용 시간은 대체로 2~4시간에 그치고, 배터리 용량도 2kWh 미만인 사례가 많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한계에 더해, 휴머노이드 로봇 내부의 공간·무게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니트리 H1은 0.864kWh 배터리를 탑재해 정지 상태 기준 운용 시간이 4시간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옵티머스 2세대 역시 2.3kWh 하이니켈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동적 구동 기준 운용 시간은 약 2시간 수준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배터리 기술이 단기간에 급격히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도 함께 짚었다. 관절 설계, 기계 구조, 온디바이스 AI 연산 등 핵심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설치 공간과 요구 전력 등을 반영한 맞춤형 배터리 설계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또한 업계 관심이 '지속 운용 시간 최적화'보다 '대량 적용할 수 있는 활용 시나리오 발굴'에 집중돼 있어 배터리 기술을 대폭 개선할 유인이 당장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 채택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대부분 휴머노이드 로봇은 액체 전해질 기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더 긴 가동 시간과 고부하 운용 수요가 커지면서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 높은 전고체 리튬 배터리 채택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