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캐나다 남성 안락사 승인… 유족 “의사들이 우울증 악용해”

캐나다 남성 키아노 바파에이안(오른쪽)과 어머니 마가렛 마르실라. 사진=텔레그래프 캡처
캐나다 남성 키아노 바파에이안(오른쪽)과 어머니 마가렛 마르실라. 사진=텔레그래프 캡처

캐나다에서 20대 남성이 가족이 손쓸 틈 없이 조력 사망로 세상을 떠나자, 유족이 당국의 시스템에 분노를 표출했다. 캐나다에서 조력 사망 대상이 확대되자, 사회의 도움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이들까지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는 캐나다 조력 사망(MAiD)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현지 남성 키아노 바파에이안(사망 당시 26세)과 유족의 사연을 소개했다.

캐나다는 2016년부터 말기 환자 성인을 대상으로 조력 사망을 합법화하고 있다. 이후 2021년부터는 대상이 만성 질환자와 장애인까지 확대했으며, 내년에는 신체 건강에 이상이 없어도 정신 질환만으로 조력 사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바파에이안은 어린 시절부터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던 질환자다. 당뇨병 망막증으로 인해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10대 시절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그는 지난 2022년 9월 조력 사망을 신청했다. 말기 환자는 아니었지만, 만성 질환(당뇨병)이 있어 신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바파에이안은 당시 병원에 “당뇨병과 실명이 치료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며 조력 사망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어머니 마가렛 마르실라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들의 죽음을 한 차례 막아섰다.

마르실라는 페이스북에 “우리는 4년 전 온타리오에서 아들의 안락사를 막고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며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취약한 상태, 즉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였을 때 사람들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파에이안은 당시 직업 없이 집에서만 생활했는데, 어머니 마르실라는 아들이 조력 사망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아들이 회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마르실라는 아들의 거처와 간병인을 마련해줬고, 인근 헬스장 개인 트레이닝을 등록해주는가 하면, 스마트 안경을 선물해 시력을 잃어가는 아들을 도우려 했다. 이후에는 돈을 모아 아들과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마르실라는 브리티시컬럼비아의 한 로펌으로부터 충격적인 전화를 받게 됐다. 나흘 전 아들이 조력 사망로 세상을 떠났다는 안내 전화였다. 가족과 함께 멕시코의 한 고급 리조트에서 여행을 즐긴 지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마르실라는 “마치 누군가 내 아들을 죽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안락사 승인 사유에는 실명, 당뇨병 등 심각한 '말초신경병증'이 언급돼 있었지만, 아들은 가끔 손발이 저리다고 말했을뿐 약을 복용할 정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마르실라는 “이미 죽어가는 사람들과는 경우가 다르다. 만약 조력 사망 제도가 없었다면 우리 아들은 살아있었을 것”이라며 “말기 환자에 대해서는 지지하고 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독립 언론사 '더 프리 프레스'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현재 세계에서 의료 지원을 통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2024년에는 1만 6499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전체 사망자의 약 5.1%에 해당된다. 바파에이안의 사례를 포함, '기타'로 분류되는 포괄적인 분류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마르실라는 “의사들이 아들의 우울증을 악용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의료 서비스가 아니다. 이것은 윤리, 책임감, 그리고 인간성의 실패”라면서 자발 예방 핫라인이 운영되는 동시에 조력 사망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