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이 모바일 방치형 RPG '메이플 키우기'에서 발생한 캐릭터 능력치 관련 확률·표기 오류 논란과 관련해 출시 이후 결제 금액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환불·보상 규모는 최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게임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조치로, 이용자 신뢰를 회복하고 정부 제재를 피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넥슨은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2025년 11월 6일 서비스 개시 이후 2026년 1월 28일 환불 공지 시점까지 결제된 모든 상품에 대해 전액환불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환불 절차가 완료되면 기존 서비스 정책에 따라 게임 이용은 제한된다. 환불을 원하지 않고 아이템 등을 계속 이용하고 싶어하는 이용자에게는 게임 내 재화를 기존 대비 약 두 배 수준으로 보상한다. 넥슨은 기존 게임 내 재화에 대한 보상금액도 비용으로 인식한다. 게임업계는 메이플키우기 출시 후 월 매출과 보상 규모 등을 감안할 때 규모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액환불 결정에 이르기까지 넥슨 내부에서도 적지않은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와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2기 위원장 등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접수와 게임물관리위원회 사실조사 공문 등이 상당한 압박을 가했다는 분석이다.
분기 실적에는 대규모 환불 비용이 반영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넥슨 또한 단기 손실보다 이용자 신뢰 회복과 장기적 브랜드 가치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용자들은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게임이용자협회는 “넥슨이 이용자 피해를 전액 보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공정위 신고와 게임물관리위원회 피해구제 신청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기업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부담을 감수함으로써 장기간 소요될 수 있는 법적 분쟁으로 나아가지 않고 이용자 권리가 신속하게 회복된 긍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협회와 문제를 공론화해 온 G식백과 김성회 유튜버는 “전액 환불이라는 넥슨의 용단을 환영한다”며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회사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는 물론 해외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도 글로벌 서비스 게임에서 보기 드문 조치라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이 같은 자발적·선제적 조치가 향후 규제 당국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통신 3사 대상 애플의 '갑질' 혐의에 대해 과징금 대신 1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안을 수용해 동의의결로 사건을 종결한 전례가 있다. 넥슨의 전액환불 조치가 향후 행정 절차에서 정상 참작 사유로 고려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란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넥슨 사례가 향후 게임사들의 대응 수위와 보상 방식을 판단하는 사실상의 기준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