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경상수지 흑자와 대미 무역흑자를 이유로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연속 지정이다. 청와대는 미국 측과 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연방 의회에 제출한 환율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등 10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2025년 6월까지 최근 4개 분기를 기준으로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한 결과다.
재무부는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가 기준에 해당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2025년 6월까지 최근 4개 분기 기준 국내총생산의 5.9%로, 전년 동기 4.3%보다 확대됐다. 상품 무역, 특히 반도체와 기술 관련 제품 수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대미 상품·서비스 흑자도 520억달러로, 팬데믹 이전 최고치였던 2016년의 두 배를 넘었다.
재무부는 원화 환율과 관련해 2024년 4분기 기준금리 인하와 국내 정치 불안이 겹치며 절하 압력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5년 말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경제 기초여건에 비해 과도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절상·절하 압력 모두에 대응하는 대칭적 개입을 이어가고 있다고 봤다.
미국은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을 대상으로 △150억달러 이상 대미 무역흑자 △국내총생산 대비 3% 이상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8개월 이상 외환시장 순매수 등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한다. 이 중 두 가지를 충족하면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심층분석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없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재무부는 주요 교역 상대국의 환율 정책과 관행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미국 우선 무역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 정책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관련해서는 “환율 정책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개입 증거가 확인될 경우 환율 조작국 지정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원화 약세가 한국 경제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를 기계적인 결정으로 평가했다.
관찰 대상국 재지정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미 재무부가 평가 기준을 다소 기계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율 보고서에 미 재무부는 최근 원화 약세가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환 당국은 미 재무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소통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