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갯강구, 쥐며느리, 공벌레(콩벌레). 대개는 등각류를 징그러운 벌레로 연상하지만 일부 이색 반려동물 애호가에게는 없어서 못 구하는 특별한 동물로 여겨진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뉴욕주 화이트 플레인스에서 열린 반려동물 박람회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모은 동물 중 하나가 등각류 일종인 '쿠바 스파이키'(Cuban Spiky)라고 전했다.
손톱만 한 이 작은 생물은 이날 350달러(약 50만원)에 분양됐다. 일부 반려동물 분양 사이트에서는 850달러(약 122만원) 등에 거래되기도 한다.
쿠바 스파이키(학명 Pseudarmadillo spinosus)는 주황색 등 껍데기에 용의 비늘처럼 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생물은 쿠바의 일부 자연 보호 구역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별 허가를 받지 않은 수출입은 불법이다. 그러나 높은 인기에 비해 규제가 약해 개체수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보존생물학(Conservation Biology)에 발표된 논문은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해당 논문은 일부 불법 밀렵꾼들이 보호구역에서 불법 포획하고 있어 토착종이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담았다.


심지어 일부 종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마치기도 전에 온라인에서 거래됐다. 논문 저자인 겐트대학교의 팔리터르 더 스메트 등각류학자는 “일부 판매업자들은 과학 저널이나 시민 과학 앱을 모니터링하면서 등각류의 정보를 얻고 유럽과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희귀종을 밀렵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높은 수요에 비해 규제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육지에 사는 등각류는 물지 않고 대개 사람에게 무해하다. 더욱이 유기물을 먹고 살아 건강한 토양을 유지하고, 파충류의 먹이가 되는 등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규제가 없어 밀렵이 자행되고 있다고 연구자는 지적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 주로 거래되는데, 메타 측은 멸종 위기에 처하지 않는 동물의 판매는 허용하고 있어 규제 대상이 아니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는 '판다 스파이키' '두리안 스파이키' 등 여러 등각류가 판매되고 있다. 이베이에서는 판매가 허용된 살아있는 동물을 규정에 명시하고 있는데, 등각류는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외래종을 수입하는 경우에 침입종으로 판단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 요건을 위반한 사례도 많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더 스메트 박사는 지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4100종 이상의 등각류 중 애완용이나 상업적 판매가 허용된 종은 21종에 불과하다. 이 외에는 미국에서 침입종으로 규정해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해충으로 규정한다.
미국 농무부 산하 해충 유입 방지 기관인 동식물 위생 검역국(APHIS) 대변인은 “위반 행위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단속 사례는 밝히지 않았다.
공동 저자인 네이선 존스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일부 종은 출처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단 한 건의 밀렵 행위조차도 전체 개체군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고, 이런 동물을 구하는 행위가 자신도 모르게 생태계에 해가 될 수 있다”며 책임감 있는 거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