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 시장, '기술'보다 '실행력' 본다…KOTRA “상업화 구조 없으면 투자도 협업도 어렵다”

초음파로 알츠하이머 등 치매를 치료하는 시대가 열린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1,000만을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치매 환자수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3일 초음파 기술을 활용해 치매를 포함한 각종 뇌 질환 치료를 연구 중인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딥슨바이오에서 연구원이 치매 치료용 초음파 자극 장치인 뉴클레어를 테스트하며 신제품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초음파로 알츠하이머 등 치매를 치료하는 시대가 열린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1,000만을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치매 환자수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3일 초음파 기술을 활용해 치매를 포함한 각종 뇌 질환 치료를 연구 중인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딥슨바이오에서 연구원이 치매 치료용 초음파 자극 장치인 뉴클레어를 테스트하며 신제품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미국 바이오·제약 시장의 투자 기준이 기술력에서 실행력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단순히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했는지보다, 해당 기술이 실제로 개발·제조·허가·시장 진입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는지가 투자와 협력의 핵심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1일 발간한 '2026년 미국 바이오·제약 시장 심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와 글로벌 제약사는 최근 기술의 참신성보다 실제 사업화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논의를 토대로 작성됐다.

KOTRA는 이를 'SMART'로 정리했다. △선별적 투자(Selective Capital) △시장 준비도(Market-Ready) △AI 내재화(AI-Native) △리스크 대응력(Resilient) △가시적 성과(Tangible Value)를 의미한다.

S는 자본은 여전히 풍부하지만 기술만으로는 투자 대상이 되기 어렵고 시장·시점·역할이 명확해야 협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M은 임상 단계, 제조 공정, 인허가 전략, 출시 이후 공급 체계까지 실제 준비가 돼 있는지를 따지는 기준이다.

A는 AI를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임상 운영·제조 관리·규제 대응 등 실제 업무 과정에서 효율을 높이고 있는지를 본다. AI가 비용 절감과 속도 개선에 기여하지 못하면 평가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R은 공급망, 규제, 품질 리스크에 대한 대응 능력을 의미한다. 임상 성공 이후에도 생산 차질이나 보험·처방 구조 문제로 상업화에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위기 상황에서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T는 임상 성과가 실제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는 항목으로, 미국 시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판단 기준으로 꼽힌다.

KOTRA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우리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으로 '개발·스케일업 협업' '공급 안정성 확보' 'AI 기반 운영 효율화' '시장 연결형 협업' 등 네 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특히 단독 신약 개발보다 글로벌 제약사가 부담을 느끼는 영역을 분담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KOTRA 관계자는 “2026년 미국 시장은 '좋은 기술을 설명하는 기업'보다 '실행 구조를 증명하는 기업'을 선택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도 기술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단계별 역할 기반 협업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