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의 특이점(Singularity) 시대]〈6〉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알려주는 치솟는 금값

유재수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간사
유재수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간사

2026년 새해가 시작됐지만 이미 연말이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세상은 수많은 사건으로 인해 한치의 앞길도 예측하기 어려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 체포,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 연준의장에 대한 강제수사, 이란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 셀 수도 없고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의 연속이다. 이쯤 되면 2026년은 아마도 가장 시끌벅적한 새해의 시작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글로벌 정치경제의 불확실성 폭증하고 있는 와중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금값 상승은 어찌 보면 일견 당연해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주가 또한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주가는 경제 상황이 좋아지는 낮은 위험 프리미엄 상황에서 상승하고 금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통화가치 하락 위험 상황에서 오른다. 따라서 주가와 금의 상승 요인은 개념상 정반대다. 그림1이 보여주듯이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주가가 오를 때 금값은 잠잠했고 금값이 고공행진을 할 때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25년 이후 주가와 금값이 큰 폭으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주가 상승의 이유를 보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는 요인은 천문학적 규모로 진행되는 인공지능(AI)투자가 만들어낸 장밋빛 기대, 즉 폭발적인 예상주가수익비율(forward P/E ratio) 상승이 만들어낸 결과다.

[유재수의 특이점(Singularity) 시대]〈6〉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알려주는 치솟는 금값

하지만 금값 상승은 단순히 불확실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즉 경제적인 원리를 넘어 지정학적 요인이라는 보다 더 큰 그림에서 보아야 비로소 현재의 치솟는 금값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각종 통계가 보여주고 있듯이 최근 금값 상승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은 바 크며 그 시작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EU 및 G7 등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유럽 내에 소재하고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등 러시아 정부가 소유한 국가자산에 대해 이동·매각·재투자·인출을 못 하는 동결 조치(벨기에 소재 중앙예탁기관인 유로클리어를 통해)가 이뤄졌다.

나아가 유럽연합(EU)은 이 동결자산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자수익을 자신의 마음대로 사용했다. EU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약 5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대출 형태로 먼저 지급하고 이 대출의 원리금 상환 재원을 동결된 러시아 국가자산에서 발생하는 초과수익(원금을 제외한 각종 수익을 의미)으로 충당했다.

이 전례 없는 조치는 외국 중앙은행 준비자산은 주권 면제와 결제·보관 인프라의 신뢰로 보호된다는 그동안 확립된 국제관례에 비추어볼 때 충격적이었기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즉 중국, 인도 등 미국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많은 나라들이 유럽의 러시아 자산 동결 조치를 보면서 만일의 경우에 자신들도 러시아처럼 외환보유고로 쌓고 있는 미 달러 및 미 국채가 언제든 동결되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한 계기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그동안의 미국채 보유가 중심인 외환보유 전략을 급속히 수정하게 되는데 그 대안이 바로 금으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22년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규모가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고 그 누적 규모가 2025~2026년에 이르러서는 수천 톤 규모로 확대됐다.

그림2. 2022년 이후 중앙은행과 ETF의 금 매입 추세
그림2. 2022년 이후 중앙은행과 ETF의 금 매입 추세

중앙은행의 신규 매수세가 시장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그간 시장에서 빠지고 있던 민간(기관 및 개인)의 금 수요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현재의 금값 폭등을 만들어 낸 것이다. 민간의 금 수요를 반영하는 ETF의 금보유가 2022~2024년까지는 금리인상(실질금리 상승)과 달러강세의 영향으로 순유출 상황이었지만 2025년 이후 연준의 금리인하 기조와 맞물리면서 순 유출이 많이 감소한 것이다.

금은 미국 국채 등 금융자산과 달리 타인 채무가 아니며(No counterparty risk) 자국 영토에 실물 보관이 가능할 뿐 아니라 지급결제 인프라(SWIFT 등)에 의존하지 않고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제제에도 아무런 제약 없이 교환할 수 있는 '지급결제 시스템 바깥의 최종 준비자산'이라는 강점이 부각된 것이다.

이렇게 금 시장에 중앙은행이라는 강력한 매수자가 등장하면서 금값의 하방리스크는 크게 줄었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은 개인들의 투기적 수요와 달리 가격에 덜 민감한 구조적 수요자이기 때문이다. 2022년 이전 월평균 약 17톤에 불과했던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규모는 2022년 이후 월평균 60~70톤 규모로 확대되었는데 이는 역사상 가장 긴 기간 동안 이루어진 대규모 매입으로 기록되고 있다.

따라서 금값 급등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의 도래를 알려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단순히 헤지수단에 불과했던 금이 이제 정책 리스크·지정학 리스크·달러 헤지 수요를 모두 반영하는 구조적 자산으로 변모한 것이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최근의 금값 상승을 중앙은행들의 구조적 매수(디달러라이제이션+제재 리스크 회피)와 더불어 미국 정부의 재정·부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 불신 확대, 지정학 리스크(미·중 갈등, 중동 불안정)를 예시로 들면서 2차대전 이후 굳건히 자리 잡아 왔던 달러패권의 퇴조 사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하늘 끝까지 자라는 나무가 없듯이 주가는 물론이고 중앙은행이라는 강력한 매수자가 존재하는 금값 역시 가까운 시일 내에 조정을 받을 것이다. 각종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주식과 금의 고공행진은 지난 50년간 전례가 없는 현상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버블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림 3과 같이 국제결제은행(BIS)가 BSADF(자산가격이 95% 임계치를 넘어 폭발한 것을 측정하는 통계기법)로 측정한 바에 따르면 과거 50년 동안 금과 주식은 서로 다른 시점의 폭발구간에 진입했는데(1980년은 금 버블, 1999~2000년은 S&P 500(닷컴 버블)) 2025년 이후 이번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금과 주식이 동반해서 임계점(그림의 점선)을 넘어 폭발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림3. BSADF 테스트 결과. 금 (빨간색), 주가 (파란색)
그림3. BSADF 테스트 결과. 금 (빨간색), 주가 (파란색)

더욱 주목할만한 점은 현재 주식과 금의 동반 상승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과 개인 간의 포지션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개인투자자들의 과열 분위기를 기관투자자들이 상쇄하는 효과가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불안정성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매도, 금 보유 중립 또는 축소 포지션을 취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주식·금 모두 순유입 중이고 개인투자자들의 금 과열 매입으로 인해 금 ETF의 경우 거래 프리미엄이 붙어있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많은 전문가가 현재의 높은 주식 및 금 가격 상승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M7으로 불리는 엔비디아, 아마존 등 7개 회사의 높은 밸류에이션이 2000년 닷컴(Dotcom) 버블 당시와 비교되면서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금 가격 역시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 상승의 마지막 구간이라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미 금보다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이는 은의 경우에는 1970년대 헌트(Hunt) 형제의 은 매집 실패 사례를 거론하면서 투자주의라는 강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주가와 금값 모두 상승하더라도 향후 상승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따라서 나만 소외되어 있다는 생각, 소위 포모(FOMO)에 바탕을 두고 군중심리(herding)를 앞세워 뒤늦게 투자에 나설 일은 아닌 것 같다.


시장에는 “소 무리를 뒤따르는 사람들은 배설물을 피하기 바쁘다(Those who follow the herd will always be wading through manure)”라는 오래된 교훈이 있다.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뒤늦게 상승장에 뛰어들었다가 시장의 부담(배설물)을 혼자 짊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금값 상승을 둘러싼 구조 변화 - 금값 상승을 둘러싼 구조 변화
금값 상승을 둘러싼 구조 변화 - 금값 상승을 둘러싼 구조 변화

유재수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간사 yoojs6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