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노출이 뇌종양 및 심장종양 발생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휴대전화 무선주파수(RF) 전자파 장기노출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일본과 함께 수행한 대규모 국제공동 동물실험 결과다.
3일 ETRI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휴대폰 전자파 인체 안전기준 근거인 노출 강도에서 발암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18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독성연구프로그램(NTP)이 6W/㎏ 수준의 900㎒ CDMA 전자파에 평생 노출된 수컷 쥐에서 뇌·심장·부신 종양 증가를 보고한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ETRI는 일본 연구진과 함께 공동연구를 기획하고, 이듬해부터 세계최초로 독성 분야 국가 간 데이터 통합 방식 장기 동물실험을 시작했다.
NTP와 동일한 연구 시스템을 적용하고 OECD 독성시험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공동 프로토콜을 수립했다. 한·일 양국이 실험동물·사료·장비와 전자파 노출 환경 등을 통일해 연구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ETRI가 설계한 잔향실 기반 RF 노출 챔버를 한국·일본에 각각 설치해 노출량 측정과 시뮬레이션을 병행했다.
실험은 △RF 전자파 노출군 △허위 노출군 △케이지 대조군의 3개 그룹으로 구성했소, 각 군당 70마리 수컷 쥐를 대상으로 임신 초기부터 출생 후 생애 전 주기인 104주 동안 4W/㎏ 강도의 900㎒ CDMA 전자파를 노출했다.
연구 결과, 전자파 노출에 따른 체온·체중·사료 섭취량 변화 양상은 한·일 양국에서 전반적으로 유사했다. 생존율은 한국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일본에서는 RF 노출군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종양 발생 분석에서도 한국은 모든 실험군의 종양 발생률이 자연 발생 범위였으며, 주요 장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도 없었다. 일본 역시 종양 발생률과 발생 시점에서 군 간 차이가 없었고, 주요 표적 장기 종양은 낮은 발생률을 보였다.
연구 책임연구자인 안영환 아주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는 “NTP가 보고한 종양 증가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휴대전화 전자파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WHO 국제암연구소(IARC)의 RF 전자파 발암성 등급 재평가 시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용범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 책임연구원은 “병리학적 평가가 양국 전문가의 상호 검증과 국제 제3자 피어리뷰를 거쳐 객관성을 확보했으며, 전자파 노출과 발암성 간 뚜렷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정익 ETRI 전파환경감시연구실장은 “이번 연구는 국제공동 동물실험 표준 프로토콜 제시와 국가 간 실험 데이터 통합·분석 기반 마련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향후 4G와 5G가 공존하는 복합 전파환경에서도 발암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후속 대규모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독성학 분야 국제 권위 학술지인 독성과학에 한국·일본 연구진의 논문이 각각 3일 온라인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은 사업 총괄인 최형도 ETRI 박사팀을 비롯해 안영환 아주대 의대 교수팀, KIT가 한팀을 이뤘다.
일본은 이마이다 카가와의대 교수팀, 일본 독성과학 회사인 딤스(DIMS), 나고야 공대가 한팀을 이뤘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