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끗희끗하게 샌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 어두운 피부. 현대적인 인상을 가진 2000년 전 미라의 초상화가 경매에 등장한다.
1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뉴욕 경매업체 소더비는 2000년 전 로마 시대 이집트에서 발견된 희귀한 파이윰 미라 초상화 중 나이든 남성을 묘사한 희귀 작품이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낙찰가는 약 35만달러(약 5억700만원)로 예상된다.
파이윰 미라 초상화는 1~3세기 제작된 작품이다. 19세기 후반 이집트 파이윰 지역 하와라 발굴 현장에서 발견돼 '파이윰' 미라 초상화라고 불린다. 마치 가면처럼 미라화된 시신 위에 덧씌워진 채 발견됐다.
이 초상화는 초기 르네상스(이탈리아)의 사실적 묘사보다 약 1200년 앞선 1세기에 그려져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가장 초기 사실주의 초상화 중 하나로 불린다.

현재까지 발견된 파이윰 미라 초상화는 약 900점이다. 이번 경매에 등장하는 작품은 다른 초상화보다 훨씬 나이가 든 남성이 묘사됐기 때문에, 당시 그가 비교적 장수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뜨거운 밀랍과 안료를 혼합해 나무판 위에 덧발라 그림을 그리는 엔카우스틱(Encaustic) 기법으로 그려졌다. 피부의 주름부터 자신감 넘치는 표정까지 인물의 모습과 감정이 세세하게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작품 속 주인공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생전 그려진 그림인지, 사후 그림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플라비우스 왕조 시대, 서기 1세기 후반경에 그려졌으며, 미라를 제작하고 초상화를 그릴 장인을 고용할 여유가 있는 상류층이었을 것이라고만 추측했다.
이 작품은 볼티모어 가우처 대학 설립자인 존 F. 가우처 목사가 1895년 구입해 소장하고 있던 작품이다. 이후 월터스 미술관에 장기 대여됐고, 메트로필리탄과 디트로이트 미술관 등에 전시됐다.
소더비의 고미술 전문가인 알렉산드라 올스만은 “이러한 유형의 초상화는 황실과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서 매우 선호되었기 때문에, 초상화 속 인물들은 로마 제국 내에서 정치적 또는 사회적 지위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더비는 이번 작품이 지난 2007년 판매된 파이윰 초상화 이후 가장 주목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경매로 거래된 파이윰 초상화는 곱슬머리의 젊은 남자를 묘사한 것으로, 예상 낙찰가의 3배가 넘는 93만 6000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13억5700만원)에 판매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