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 가격 상승이 공급 계약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계약 기간을 기존 장기 공급에서 단기로 바꾸는가 하면, 협상을 통합 가격 결정에서 시세를 반영한 '사후 정산' 개념까지 등장했다.
4일 전자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제조사가 최근 새로운 형태의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전례 없는 사후 정산 방식이 등장했고 초단기 계약도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는 처음 공급 계약 시 가격을 특정한다. 고정 거래 가격으로 시황이 바뀌어 가격이 오르내리더라도 협상을 통해 10% 안팎에서 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령 D램을 100원에 공급하기로 계약하면 1여년간 대부분 가격이 유지됐다. 가격 변동이 있으면 계약 기간 내 분기별 협상으로 110원(+10%) 혹은 90원(-10%)으로 바꿔 다음 분기에 공급하는 형태다.
하지만 최근 공급이 끝나더라도 시세를 반영, 가격 인상 폭을 보전해주는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즉 100원으로 D램을 1년간 공급하기로 했더라도 계약 기간 종료 시점에 D램 시세가 100% 올랐다면, 100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형태다. 일종의 사후정산이다.

이미 메모리 3사가 이같은 방식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대상은 주로 북미 빅테크 고객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가격이 떨어질 경우 공급사에 손해일 수 있지만, 현재 가격 하락 위험보다는 상승 폭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돼 리스크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요 고객사 입장에서는 계약 방식보다는 메모리를 확보하는 게 더욱 중요한 상황”이라며 “나중에 추가로 비용이 들더라도 우선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계약 기간도 변하고 있다. 메모리 고객사는 1년을 넘어 2년 장기 계약을 원한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을 위한 안정적 메모리 물량 확보를 위해서다. 그러나 공급사인 메모리 제조사는 이를 꺼리는 추세다. 공급 물량이 부족한데다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 한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가 보다 좋은 조건으로 다른 고객사를 확보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 단위를 넘어 분기 단위, 심지어 월 단위 계약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북미 A데이터센터 사업자는 한 메모리 제조사에 2년 장기 공급 계약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해 다른 제조사로부터 겨우 공급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에도 역시 가격 인상분을 사후정산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까지는 이같은 공급자 우위 계약 체결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