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욱의 AX시대의 고객경험] 〈7〉 CES 2026이 보여준 AX시대, 고객 경험의 전환

전상욱 HSAD 디스커버리센터장
전상욱 HSAD 디스커버리센터장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을 나열하는 전시회가 아니다. CES는 언제나 그래왔듯, 기술 그 자체보다는 그 기술이 만들어낼 다음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자리다. CES 2026 역시 수많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지만, 전시 전반을 관통한 흐름은 비교적 분명했다. 기술은 더 이상 보여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고객 경험 그 자체를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CES가 더 크고 선명한 디스플레이나 더 빠른 전기차라는 '물리적 실체'를 뽐내는 하드웨어의 각축장이었다면, 올해의 무대는 기술이 인간의 일상과 감정의 틈을 어떻게 메우는지 보여주는 '경험의 서사'로 가득 찼다. 테크 터치(Tech Touch)라는 표현처럼, 기술은 이제 차가운 연산 장치를 넘어 인간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조력자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CES에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독 주제로 전면에 내세워지지 않았다. 대신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전제가 되어 있었다. AI는 이미 기본값이 되었고, 경쟁력의 기준은 기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AI가 고객의 경험 흐름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 전환(AX)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다.

AI가 스크린을 벗어나 물리적 공간으로 진출했다. 이제 AX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했는가의 문제를 넘어, 경험을 어떻게 재구성했는가의 문제가 됐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고, 진짜 경쟁력은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 더 정확히 말하면 고객의 시간, 행동, 판단이 어떻게 설계돼 있는가에 있다.

과거의 고객 경험은 사용자의 행동에 반응하는 구조였다. 고객이 검색하고, 클릭하고, 요청하면 그에 맞춰 서비스가 작동했다. 하지만 CES 2026에서 나타난 서비스는 더 이상 고객의 행동을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고객의 맥락과 패턴을 학습해 행동 이전의 순간에 개입한다.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기보다, 원할 가능성이 높은 순간을 미리 설계하는 방식이다.

고객 경험은 더 이상 개별 터치포인트의 집합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시나리오로 진화하고 있다. CES 현장에서 기업들은 더 이상 제품의 기능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그 기술이 고객의 어떤 행동을 줄여주고, 어떤 결정을 대신해주며, 어떤 고민을 사라지게 만드는지를 이야기했다. AX 시대의 고객 경험은 화면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의 실제 행동과 선택, 나아가 일상의 습관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술의 평준화는 이 변화를 더욱 가속화한다. AI 모델, 하드웨어, 플랫폼의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 기업 간의 차이는 기술력이 아니라 판단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같은 기술을 가지고도 전혀 다른 경험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을 남겨둘지에 대한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CES 2026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명확하다. 기술의 완성은 그것이 얼마나 정교한 알고리즘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인간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이제 제품을 파는 제조사를 넘어 고객의 삶을 설계하는 '경험 디자인 파트너'가 돼야 한다. 기술은 이제 LG전자가 강조해 온 것과 같이 '공감 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지만, 그 결과물은 고객의 삶에 따뜻한 감동과 실질적인 가치로 남는 것, 그것이 바로 AX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의 본질이다.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지능을 넘어, 고객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그 이해를 경험 설계로 구현하는 브랜드가 다가올 미래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전상욱 HSAD 디스커버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