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통신 업계가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 필드 환경에서 이종 장비간의 호환성과 지능형 기지국(AI-RAN) 기술 활용 실증에 성공했다. 특정 장비 제조사에 얽매이지 않고 안정적 망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오픈랜 상용화 시계가 빨라질 전망이다.
8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해말 추진한 '오픈랜 실증단지 조성사업'을 통해 실제 망 운용 환경에서 멀티 밴더 연동과 AI랜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KT는 NIA 글로벌센터에 구축된 오픈랜 5G망에서 1.8㎓ 대역과 3.5㎓ 대역을 묶는 주파수묶음(CA, Carrier Aggregation) 기술을 오픈랜에 적용해 속도 개선을 일궜다. 서로 다른 대역의 이종 제조사 O-RU(무선장치)를 CA 기술로 묶어 최대 1.8㎓의 속도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LG유플러스는 경북 금오공대에 마련한 오픈랜 상용망 환경에서 백업망 없이 멀티밴더 장비만으로 안정된 품질을 유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키아의 O-DU(분산장치)와 삼지전자의 O-RU를 연동한 결과 단일 밴더 장비와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종 장비간 호환성을 넘어 실제 서비스 안정성까지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번 실증 결과는 통신장비 시장의 문제였던 특정 제조사 종속 탈피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통신사는 유지보수와 호환성 문제로 기지국 장비를 단일 벤더 제품으로 사용해왔으나, 이번 검증을 통해 이종 장비를 연동해도 상용망 수준의 품질 유지가 가능함을 증명했다.
이는 향후 망 구축 비용 절감은 물론,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기반 네트워크 기술의 유연한 진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경기 양평에 구축한 실증단지에서 'AI-RAN'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SK텔레콤은 노키아와 협력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가상화 기지국을 개발하고, 이를 기존 RU 장비와 연동했다. 상용망에 준하는 환경에서 AI랜으로 통신 성능 개선에 성공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AI-RAN 기반으로 단순 통신성능 개선 뿐만이 아닌 통신과 AI 서비스가 동시 제공 가능한 환경 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 통신 연결을 넘어 기지국 자체에 AI 연산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차세대 네트워크 구조로의 진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NIA는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올해 AI-RAN 확산에 집중한다. 30억원 규모로 추진되는 올해 사업에서는 5G 특화망 환경에서 오픈랜 기반 AI 기술을 접목해 실질 서비스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특히 물리적 AI의 모션제어, 군집운영 등 기존 온디바이스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미션 크리티컬(필수 불가결 임무)한 AI-RAN만의 차별화 서비스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국내 확산과 해외 수출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