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아마존과 쿠팡

[ET단상]아마존과 쿠팡

쿠팡은 흔히 '제2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실제 쿠팡 역시 아마존의 성장 전략을 상당 부분 닮은 기업으로 평가된다. 두 기업은 각각 한국과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자리 잡았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논란을 야기해 왔다.

전통적으로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력 평가는 구조주의에 기반해 시장 내 경쟁 사업자 수, 시장점유율, 신규 진입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이뤄져 왔다. 반면 1970년대 이후 미국 시카고학파는 경제적 효율성과 소비자 후생을 중시해, 낮은 가격과 효율성이 확보된다면 일정 수준의 시장지배력은 용인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이러한 이론적 흐름 속에서 시장지배력을 확장해 온 대표적 사례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쿠팡의 와우 멤버십과 로켓배송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통해 싸고 빠른 배송이라는 명분 아래 미국 유통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했다. 미국에서 '아마존화'라는 표현이 경쟁 사업자를 초토화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도 아마존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문제가 지속됐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논문이 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리나 칸이 예일대 로스쿨 교수 시절 발표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다. 칸은 기존 독점 규제 틀로는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논문은 문제의식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인 규제 해법을 제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플랫폼 기업 특성상 지역이나 시장 단위로 분할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마존과 쿠팡 시장지배력의 근원을 '필수설비' 관점에서 파악하고, 이에 대한 과감한 규제가 필요하다.

필수설비란 이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경쟁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자산을 의미하며, 특허나 이동통신 사업자 주파수 등이 대표적이다. 아마존과 쿠팡의 핵심 경쟁력 역시 각각 아마존 프라임과 쿠팡 로켓배송이라는 배송 인프라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플랫폼과 배송망을 수직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다른 사업자에 비해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이러한 배송망은 통신사업자 네트워크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과거 통신 시장에서 공정 경쟁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설비인 네트워크 부문을 분리해 독립시키고, 경쟁 사업자에게 공정한 대가로 개방하도록 했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물론 쿠팡은 로켓배송 물류망이 자사의 막대한 투자로 구축된 고유 재산이므로 개방이 불가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수직결합을 통해 경쟁 사업자를 봉쇄하고 인접 시장으로 불공정하게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구조 분리와 필수설비 접근의 대표적 사례로는 1984년 미국 독점 통신사업자였던 AT&T의 분할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이후 인터넷과 플랫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고, 예측하지 못했던 혁신과 시장 변화가 가능해졌다.

만약 오늘날까지도 AT&T와 같은 독점 사업자가 미국 통신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면, 과연 구글이나 메타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등장할 수 있었을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 규제 역시 단기적 소비자 후생이 아니라, 장기적 경쟁 질서와 혁신을 중심에 두고 재설계돼야 할 시점이다.

신종철 연세대 정보대학원 객원교수 psjc28@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