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가대표, 스켈레톤 헬멧에 '전쟁 희생자' 얼굴 새겼다

올림픽 “정치적 선전 허용 못 해”… 헬멧 착용 금지

올림픽 훈련 세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 얼굴을 새긴 헬멧을 착용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 훈련 세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 얼굴을 새긴 헬멧을 착용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가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로부터 전쟁으로 숨진 희생자를 새긴 헬멧 착용을 금지당했다고 9일(현지시간) BBC 방송이 보도했다.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6)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6일부터 열린 2026 밀라노·코리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헬멧 착용을 금지당했다고 밝혔다.

헤라스케비치 선수의 헬멧에는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10대 역도 선수 알리나 페레구도바, 복싱 선수 파블로 이셴코, 아이스하키 선수 올렉시 로기노프 등 대다수가 운동선수로, 일부는 헤라스케비치 선수의 친구이기도 하다.

올림픽 훈련 세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 얼굴을 새긴 헬멧을 착용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올림픽 훈련 세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 얼굴을 새긴 헬멧을 착용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헤라스케비치 선수는 코르티나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 훈련 세션동안 이 헬멧을 착용해 화제가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 투쟁의 대가를 세계에 다시 한 번 일깨워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러나 이후 선수는 IOC 측으로부터 경기 중 해당 헬멧 착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헤라스케비치 선수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IOC 담당자는 올림픽 50번 규칙을 거론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은 “올림픽 경기장 또는 기타 지역에서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또는 인종적 선전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와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진실은 불편하거나 부적절한 '스포츠 경기에서의 정치적 시위'라고 불리면 안 된다”며 “이는 현대 러시아의 실체를 전 세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헤라스케비치 선수는 우크라이나 최초의 스켈레톤 선수다. 지난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며칠 전, 전운이 감도는 시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라는 팻말을 들며 반전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와 친러국가인 벨라루스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국제 스포츠 대회 출전이 대부분 금지됐으나 일부 선수가 점진적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는 공식적으로 13명의 러시아 선수가 개인 중립 선수(AIN) 자격으로 참가했다. 그러나 여러 러시아 선수가 해외에서 생활하는 등 신분을 세탁해 이보다 많은 수가 참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림픽 역사학자 빌 맬론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약 40명의 러시아 선수가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