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 만에 추진하는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연일 정치권과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통합이란 단어를 경쟁적으로 꺼내면서 단번에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각계각층의 지지와 시·도의회의 압도적인 동의 속에 급물살을 타는 것 같았던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최근 국회 문턱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 부처가 행정통합의 핵심인 국비 지원과 권한 이양 특례 상당수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밝힌 것이다.
중앙 부처는 국회에 제출된 '전남광주특별법' 386개 특례 조문 가운데 30% 가까운 119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거부한 특례 숫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광주·전남이 공들이고 있는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등 지역 미래 먹거리 산업 지원과 직결된 핵심 특례가 빠져 지역민은 말 그대로 '멘붕'이다.
더욱이 특별법에 국무총리가 발표한 연 5조원씩 4년간 총 20조원의 재정 지원도 명확히 담겨 있지 않았다. 지역사회에서는 공공기관 이전 시 통합특별시 우선 배정 또한 믿을 수 없다며 자칫 '무늬만 통합'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앙 부처는 타 광역자치단체와의 형평성과 전국적으로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광주·전남의 반발이 거세자 앞으로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광주·전남은 정부가 불수용 의사를 밝힌 특례 중 지역 발전을 위한 핵심 특례 45개를 다시 선정해 국무총리실에 전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 균형 발전 핵심인 '5극 3특'은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해 비수도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광역 단위 행정통합이 그 시작이다.
통합은 단순히 두 지역을 합치는 게 아니다. 권한과 재정, 산업과 일자리, 도시의 미래 전략을 다시 설계하는 중대한 선택이다. 중앙 부처의 기득권 유지 논리에 통합이 막힌다면 국가 균형 발전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