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앞둔 머지포인트, 수백억 묶인 소비자 돈 공중분해…손 놓은 정부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초래한 '머지포인트' 소멸이 반 년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소비자들의 수백억이 공중분해될 상황에 놓였다.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여럿 나왔고, 고객 선불예치금 관리를 강화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머지포인트 피해구제에 대한 논의는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지포인트
머지포인트

23일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소비자는 최근 머지머니(머지포인트)가 올해 8월 말에 소멸된다고 안내받았다. 소진하지 않을시 휴지조각이 될 상황이다.

머지포인트 이용약관에 따르면, 구매한 머지머니의 유효기간은 60개월이다. 2021년 8월 금융당국이 머지포인트의 전자금융업 미등록 문제를 지적하며 판매가 중단됐고, 판매가 중단되기 직전에 구매한 고객들의 포인트 소멸기한이 올해 8월로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이 파악한 머지포인트 구매자 피해액은 751억원에 달한다.

'머니포인트 사태'가 발생한 뒤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2023년과 2024년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배상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다. 채무자한테 재산이 있어야 강제집행이 가능한데,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채무 초과(부채가 자산을 초과) 상태의 기업으로 회수할 재산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재판에서 법원이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위메프, 티몬 등 이커머스 회사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으며 책임 소지가 불분명해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머지포인트는 미등록 전자금융사업자이고, 개정된 전금법도 소급해 적용하지 않아 금감원에서 머지포인트 피해자 구제가 이뤄지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머지포인트는 최근 일부 사용자들에게 머지머니가 오는 8월 소멸된다고 공지했다.
머지포인트는 최근 일부 사용자들에게 머지머니가 오는 8월 소멸된다고 공지했다.

머지포인트는 소비자가 돈을 추가로 내야만 포인트를 사용,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꼼수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머지머니를 쓰지 않고 냅둔 소비자들이 많았지만, 이제 포인트 소멸기한이 얼마남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결제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머지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보유한 머지머니를 머지코인으로 전환 후, 우주스토어 상품권을 구매해 우주스토어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유일하다. 우주스토어는 2023년 설립된 엘피스컴퍼니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쇼핑몰이다.

우주스토어에서는 포인트를 최대 90%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60%까지밖에 쓸 수 없고 품목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포인트를 70~90%까지 쓸 수 있는 제품은 없고, 건강기능식품, 주방가전 등에 품목이 집중돼있다.

전문가들은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지려면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을 대리했던 노영실 법무법인 정의 변호사는 “형사적으로 사기가 인정됐고 경영자들이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지 않아, 정부에서 머지포인트의 재산을 환수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머지포인트를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채무를 승계받은 다른 사업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매 품목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가 실제로 포인트를 쓸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관리 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