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후,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가 24일 공청회를 열고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속도와 전담 투자기관 설립 필요성을 논의한 가운데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공청회는 미국 연방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에도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 여건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제정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해 열렸다.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특별법의 조속 처리 필요성과 투자 속도 조절론을 동시에 제기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미투자특별법이 한미가 합의한 바를 이행한다는 진정성 표명에도 조속한 통과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의 관세 부분에 있어 정책이 불확실성에 빠져 있는데, 기업에 어떤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대미투자특별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 연방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특별법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과, 애초에 이 근거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며 “둘의 얘기가 전혀 다른 얘기는 아니며, 양쪽의 의견을 다 들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유권자 64%가 관세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적어도 중간선거까지는 함부로 관세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대미 투자를 마구 서두르는 게 합당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또 “대미투자와 관련 업무협약(MOU) 국회 비준은 하지 않는 게 맞다”며 “MOU가 아니라 조약으로 만들어 국회에서 비준 동의가 된다면 상황 변화가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 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전담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한국투자공사에 가칭 대미투자전략센터 조직을 만들어 50명 내외의 산업 및 실무 투자 전문가 등을 영입해 운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은종 BNP파리바 대표는 “전문화된 기관이 정부, 금융당국, 기업, 연기금과 정책 조율을 하면서 투자해야 한다”며 “해외 사례를 볼 때 별도로 전문 투자 기관을 설립하면 소통이나 실행, 조달 등을 조금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 앞서 여야는 당초 여야 합의에 따라 26일로 예정됐던 본회의 개최 일정을 24일로 조정해 강행한 문제와,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처리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국회 운영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24일 본회의 개최 등을 담은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의 건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투표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에 따라 26일 본회의 개최를 주장했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막지 못하자 표결에 반발해 퇴장했다. 당초 특위는 이날 입법 공청회에 이어 전체회의를 열어 소위원회 구성과 법안 상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도 “국익 관점에서 보면 적어도 오늘 법안 상정까지 해서 국회가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대외적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야당은 우려를 나타냈다. 특위 위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특위가 가능하면 초당적으로 협력해 예정된 시기 내 소정의 성과를 나타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면서도 “오늘 예정에 없던 본회의가 개최됐고 상정된 안건 자체가 불편한 법안이다 보니 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특위 진행 상황에 불편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