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이란 공습 가능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고위 측근들에게 자신이 암살로 사망할 경우 단계별 승계 서열과 비상 지휘 체계를 포함한 대처 방안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자신을 포함한 수뇌부 제거에 대비해 군부와 정부 요직에 최대 4단계에 걸친 승계 서열을 지정했으며, 지도부 모든 인사들에게 최대 4명의 후임자를 지정하라는 비밀 지침을 내렸다.
NYT는 이란의 이번 움직임이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교전 당시 단 몇 시간 만에 군 지휘부 체계가 무너진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하메네이는 통신이 두절되거나 자신이 사망할 경우를 대비해, 최측근 그룹에 결정권을 위임했으며 지난해 6월 은신 중에 공개되지 않은 3명의 후보를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지시로 오랜 충성파인 알리 라리자니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이자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핵심 실권자로 부상했다. 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라리자니는 종교적 후계 서열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하메네이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국정 전반을 대리하고 있다고 한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최근 반정부 시위 진압을 총괄했으며, 미국 정부와 핵 협상을 관리하고, 러시아·카타르·오만 등 동맹국들과 협력해왔다. 최근 미국의 군사 행동 가능성에 대비하는 전시 계획을 주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이란은 미국의 공습이 임박했다고 보고 전군에 최고 경계 태세를 발령했으며, 서부 국경과 페르시아만 연안에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전진 배치했다. 하메네이는 최근 연설에서 “세계 최강의 군대라도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의 일격을 가할 수 있다”며 결사 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