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사막' 완성도 높이는 마지막 퍼즐…펄어비스 개발 심장부 공개

펄어비스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서 붉은사막 게임 속 캐릭터의 액션신을 재현했다.
펄어비스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서 붉은사막 게임 속 캐릭터의 액션신을 재현했다.

내달 글로벌 출시를 앞둔 '붉은사막'의 막바지 담금질이 한창이다. 24일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위치한 펄어비스 신사옥 '홈 원(Home One)'에서 모션 캡처 스튜디오와 3D 스캔 스튜디오, 오디오실까지 트리플A급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를 완성하기 위한 핵심 공정을 만나볼 수 있었다.

펄어비스는 자체 게임 엔진을 기반으로 2014년 '검은사막'을 선보인 이후 모바일·콘솔로 확장하며 글로벌 스튜디오로 자리 잡았다. 13개 언어로 서비스된 검은사막은 누적 이용자 6400만명을 돌파했다. 외부 엔진 의존 없이 자체 기술로 IP를 장기 흥행시킨 국내 사례는 드물다.

이 기술 축적의 정점이 차세대 '블랙스페이스 엔진'이다. 붉은사막은 해당 엔진을 기반으로 사실적인 그래픽과 역동적인 전투, 거리 기반 렌더링과 심리스 로딩을 구현했다. 화면에 보이는 모든 공간을 끊김 없이 탐험할 수 있는 오픈월드가 목표다.

홈 원과 아트센터를 합쳐 270여대 카메라를 갖춘 모션 캡처 스튜디오는 펄어비스 리얼리티의 출발점이다. 홈 원 내 3개 스튜디오는 각 60평 규모, 높은 층고를 확보해 말의 움직임, 와이어 액션, 대규모 전투 장면까지 제약 없이 촬영한다.

3D 스캔 스튜디오에서 게임 속 돌의 모델링 구현을 위해 안산에서 채취한 실제 돌을 스캔 중인 모습
3D 스캔 스튜디오에서 게임 속 돌의 모델링 구현을 위해 안산에서 채취한 실제 돌을 스캔 중인 모습

1600만 화소급 전용 카메라 120여대가 배우의 손가락 마디까지 정밀하게 포착한다. 촬영 데이터는 자체 엔진과 실시간 연동된다. 배우의 움직임이 즉각 게임 캐릭터에 반영되고, 개발자는 현장에서 결과물을 확인하며 수정한다. 액션 설계와 구현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구조다.

별도로 운영되는 펄어비스 아트센터 모션 캡처 스튜디오는 300평 규모, 9m 이상 층고와 150대 카메라를 갖췄다. 대형 소품이나 동물, 군중 장면 촬영이 가능해 대륙 규모 전투 연출을 뒷받침한다.

3D 스캔 스튜디오는 펄어비스 기술 내재화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180여대 카메라가 인물·갑옷·무기·소품을 동시에 촬영해 밀리미터 단위로 재현한다. 전신 스캔, 페이셜 스캔, 텐테이블 카메라 부스로 구성돼 인물의 표정 근육과 옷감 질감, 장비의 흠집까지 데이터화한다.

현실 오브젝트를 곧바로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함으로써 제작 기간을 단축하면서도 사실성을 극대화한다. 수작업 모델링의 한계를 보완하는 공정이다. 붉은사막의 실사 영화에 가까운 비주얼 완성도는 이 과정을 거친 결과다.

펄어비스 오디오실
펄어비스 오디오실

홈 원 내 오디오실은 폴리 사운드 스튜디오, 작곡가 룸, 더빙 부스 등 10개 독립 공간에서 배경 음악과 효과음, 성우 녹음, 믹싱까지 전 과정을 사내에서 처리한다. 상업 영화 제작에서 사용하는 폴리(Foley) 기술을 게임 제작에 본격 도입했다.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는 실제 갑옷을 착용해 녹음하고, 자갈을 밟는 소리 역시 현장에서 직접 구현한다. 거리와 공간에 따른 잔향까지 설계해 입체 사운드를 구현한다. 시각적 리얼리티를 청각적으로 완성하는 단계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으로 축적한 엔진 기술과 개발 인프라를 붉은사막에 집약했다. 사옥 전체를 하나의 제작 기지로 설계하고 핵심 공정을 내재화한 구조는 국내 게임사 가운데서도 이례적이다. 출시를 한달여 앞두고 홈 원의 스튜디오에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붉은사막은 3월 20일 콘솔·PC 플랫폼으로 글로벌 출시한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