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제조업이 디지털 전환(DX)의 거대한 파도 속에 있다. 미국 제조연구소에 따르면 2028년까지 240만개의 제조 일자리가 미충원 상태에 놓일 전망이며 숙련 기술자의 65%가 향후 10년 내 은퇴를 앞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오랜 시간 축적된 장인의 기술을 어떻게 다음 세대로 전수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해답으로 인공지능(AI) 기반 확장현실(XR) 공간컴퓨팅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작업자가 스마트 글라스를 쓰면 눈앞의 장비 위에 작업 순서가 겹쳐 보인다. 용접부를 바라보면 검사 포인트와 허용 규격을 AI가 분석해 증강현실(AR)로 표시한다. 숙련자가 수행하는 최적의 작업 동선과 손놀림을 디지털로 기록해 신입 작업자에게 마치 옆에서 가르치듯 전달할 수 있다.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도 안전하다.
다만 XR 핵심 기술과 부품은 여전히 해외 대기업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애플 비전 프로, 메타 퀘스트 시리즈 등 글로벌 기업이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다. 그 안에 들어가는 AI 추론 반도체 역시 해외 칩에 의존하는 구조다. 국내 XR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핵심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메타뷰(대표 노진송)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멀티센서 융합 기반 저전력 초정밀 XR 공간컴퓨팅 AI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노진송 대표는 “올해 초 CES 2026에 가보니 미국 조선업, 유럽 제조업 모두 '베테랑 기술자가 떠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서 “XR 기술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하니 많은 이들이 공감하면서 실제 도입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메타뷰는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해 공장 안에서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는 온디바이스 AI 기반 XR 솔루션을 구현했다. 제조 현장의 공정 데이터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AI가 판단하고 안내하면 보안과 속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 기술은 이미 구체적인 현장 적용을 앞두고 있다. 초대형 화공기기를 제작하는 한 기업에서는 대형 컬럼 위에서 수행하는 용접부 품질 검사에 XR을 도입한다. 기존에 종이 도면을 들고 한 곳씩 확인하던 검사를 AR 가이드로 대체하면 검사 시간을 40% 줄이고 불량 검출률을 25% 높일 수 있다.
또 다른 자동차 부품 정밀 가공 업체에서는 신규 작업자 교육 기간을 20일에서 10일로 절반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항공기 엔진 부품을 가공하는 기업에서는 5축 CNC 조작 교육을 3주에서 1주로 단축하고 유압 부품 전문 업체에서는 AR로 누유 위험 부위를 강조 표시해 불량률을 65%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위험한 장비를 가상으로 먼저 익힌 뒤 실습에 들어가는 안전한 교육 모델도 시험한다.
노 대표는 “AI 기반 XR 공간컴퓨팅은 수십 년 축적된 장인의 기술을 디지털로 보존해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다리”라며 “무엇보다 그 다리를 국산 기술로 놓는다면 해외 AI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에서 벗어나 진정한 기술 자립을 통해 제조 강국 대한민국 산업의 자립까지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