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전북 장수군청 앞이 오전부터 북적였다. 판매부스가 늘어서고 지역사랑상품 카드를 쥔 주민들이 웃음 띤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숨통이 트일까”라는 말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농어촌 기본소득 첫 지급을 시작한 날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인구 소멸 위기 농어촌을 대상으로 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10개 지역에 이날부터 이틀 간 주민 1인당 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장수군과 순창군 영양군이 지급을 시작했고 내일 연천군 정선군 옥천군 청양군 신안군 남해군이 뒤를 잇는다. 곡성군은 다음 달 말 2개월분을 함께 지급한다.
장수군은 20여년 째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기본소득 시범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지난 1월 기준 인구 수는 570명 늘어난 2만1015명으로 집계됐다. 장수사랑상품권 가맹점도 기존 676개소에서 726개소로 50개소가 증가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신청자 수는 1만8929명으로 전체 대상자 중 90.47%에 달한다. 나머지 10% 정도는 거주 미확인 등 사유로 지급 조건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군청 측은 파악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인구가 2만400명 수준까지 떨어지며 2만 선 붕괴를 우려했는데 숨을 고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역 상권에도 변화가 일고있다. 장수 역시 계북면 한 곳에만 있던 전자제품 상점이 장수읍에도 문을 열었고 프랜차이즈 카페나 피자가게도 새로 들어섰다.
장수군 도시재생지역센터에 입점한 이난희 푸드 어울림 대표는 “기대감이 높다. 지역 상권이 살아나면 지금보다 매출이 두 배 정도 오를 것이라 희망하고 있다”며 “기본소득 시행에 맞춰 메뉴도 다양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수읍에 거주하는 주부 박경희(55)씨는 “그 동안 온라인이나 지역 외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기본소득 시행으로 지역 내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귀농 귀촌 전입 움직임도 감지된다. 실제로 20~25명 안팎에 불과한 마을에 신규 전입자가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정민수 천천면 오옥마을 이장(28)은 “주변에서만 10여 명 정도에게 문의를 받기도 했다”며 “빈집을 알아보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정수급 우려가 있어 조사단이 실거주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다섯 식구가 기본소득을 받는 3남매 가족은 '교육비'가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박해진(41) 씨는 자녀 나이를 “11살, 9살, 7살”이라고 소개한 뒤 “그 동안 예체능을 첫째에게만 시킬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둘째나 셋째도 해줄 수 있게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청년 농업인 안태환 씨는 “15만원 금액이지만 농자재 등은 구매할 수 있다”며 “가족이 있는 경우 생활비도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어 아무래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선 아직 시행 초기라 불만도 있다. 사용처가 제한적이고 고령자의 경우 카드 사용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이장은“시범사업이다 보니 사용처가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며 “점차 확대되길 바라는 분위기”라고 했다. 특히 농협 사용 비중과 주유소 금액 기준을 높여달라는 지적이다.
정부도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보완해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전달식에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은 사람이 머물 수 있는 농어촌을 만들기 위한 정책 실험”이라며 “소멸 위기 지역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