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는 되고 태극기는 안돼?…삼일절 맞아 편견 깬 '태극기 패션' 띄운다

태극기 후드티. 사진=바이더알 캡처
태극기 후드티. 사진=바이더알 캡처

제107주년 삼일절을 맞았지만 거리에서는 성조기나 유니언잭이 들어간 의류는 쉽게 볼 수 있는 반면, 태극기를 활용한 패션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태극기가 특정 정치 성향의 상징처럼 인식되면서 일상복으로 입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태극기를 '힙'한 패션으로 재해석한 디자이너가 있다. 온라인 쇼핑몰 '바이더알'을 운영하는 20년 차 의류 디자이너 이인원(52) 씨는 2021년 등판 전면에 흑백 태극기를 프린팅한 바람막이를 처음 선보였다. 그는 “집회 등에서 정치적으로 소비되는 태극기 이미지 때문에 꺼려지는 분위기가 있지만, 충분히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며 “개성 있는 태극기 옷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태극기에 담긴 독립의 의미와 디자인적 가치 모두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선명한 원색 대신 흑백으로 변형하거나 탈색 기법을 적용했고, 수묵화에서 영감을 받은 페인트를 덧칠해 낡고 바랜 듯한 질감을 구현했다. 그는 “쨍한 태극기보다 빛바랜 태극기가 어려웠던 시절 장롱 속에 오래 간직된 느낌을 준다”며 “독립운동가의 열정과 희생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 상징물에 대한 관심은 용·봉황·도깨비 등 전통 소재를 활용한 의류로도 이어졌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넷째 손가락 마디가 하나 없는 손바닥을 프린팅한 티셔츠는 의미를 인정받아 안중근의사기념관(서울 남산)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지난해 여름 휴가철에는 태극기 바람막이가 큰 인기를 끌며 단일 제품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씨는 “출시 전 제작한 옷을 입고 해외여행을 갔는데 외국인들이 '스타일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SNS를 통해 제품을 접한 외국인들의 문의와 방문 구매가 이어지며 외국인 매출이 전체의 약 10%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그는 판매 수익 일부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국가유공자 후손에게 기부하고 있으며, 삼일절과 광복절에는 특별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조만간 태극기 의류를 중심으로 한 '코리아 웨어' 독자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씨는 “태극기 디자인만으로도 변주할 수 있는 요소가 무궁무진하다”며 “국민들이 자랑스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계속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패션계에서는 한류 열풍과 맞물려 한국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왕의 곤룡포를 모티브로 한 브랜드 리슬, 태극 문양을 전면에 내세운 변화,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를 기리는 재킷 등을 선보이는 라카이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