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라고 더 공정할지는 모르겠어요. 애들 글씨는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지, 답변 의도나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죠.” (서울시 고교생 학부모)
“AI는 도구일 뿐 교사의 업무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봐요. 어설프게 AI 평가를 도입했다가는 오히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서울 송파구 A고 교사)
AI가 채점하는 교실이 현실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공정성과 책임성이라는 평가의 본질적 가치가 충분히 담보되지 않은 채 정책이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AI 기반 평가가 교실에 본격 도입되는 전환점에 선 지금, 기술의 효율성과 평가의 공정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정책 추진이 속도를 내는 만큼,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책임 구조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 역시 그에 상응하는 속도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학생의 사고력과 성장을 중시하는 미래형 평가체제 전환을 위한 '2026학년도 중등 학생평가 내실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골자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AI 채점 지원 도입이다. 학교 현장의 평가 부담을 줄이되, 신뢰도는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AI 서·논술형 평가지원시스템(채움AI)을 고도화하면서 AI 서·논술형 평가 실천학교를 66개교에서 올해 120개교로 확대한다.
AI 평가 확대에서 가장 큰 논쟁은 공정성이다. 서울 광진구 B고교 교사는 “AI 평가의 또 다른 논란은 공정성으로 학생의 다양한 답변, 글씨체, 그래프 등 수식을 어떻게 AI가 얼마나 정확하게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비슷한 에듀테크를 써봤지만 결국 정확도가 떨어져 쓰지 않게 된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에듀플러스]AI 채점 도입 앞둔 교실…“공정성·책임 구조 먼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3/04/news-p.v1.20260304.f10a4eff7ec347deacbd27517fbfa229_P1.png)
이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를 넘어 AI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와 최종 책임 주체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특히 AI가 도출한 채점 결과에 대해 학생이나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최종 판단과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B고교 교사는 “향후 AI가 채점한 결과에 대한 학생이나 공정성을 문제삼으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되는지와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논의해봐야 할 부분”이라며 “올해 안에 이런 과정을 마무리하고 과연 내년에 서울시 전체 학교로 확대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역량혁신교육과 관계자는 “지난해 66개 실천학교 운영 결과, AI 평가 시스템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올해는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데이터를 더 확보해 시스템의 안정성을 더 점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교육청과 교사가 개발한 문항으로 데이터를 연구하는 과정”이라며 “향후 상용화 단계가 되면 매뉴얼, 평가 가이드라인, AI 윤리 등에 관한 내용도 순차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교 현장에서는 업무 경감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 C고교 교사는 “채움AI에 성취기준, 평가 설계 요소를 세부적으로 입력해야 하고, AI 채점 이후에도 결국에는 교사가 한 번 더 검증해야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책임은 교사에게 돌아오는 구조라면 업무 부담은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여러 우려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어 연구와 현장의 피드백을 통해 완성해 나가려 한다”며 “서울시교육청이 계획한 대로 내년도 전체 학교로 AI 평가가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