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과학기술 선진국, 특히 중국의 발전과 인재 양성이 부각되고 '우리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는 가운데, 이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무작정 좋아 보이는 것만 받아들인다면 실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과학기술인재정책센터장이 그렇다. 그는 중국의 엘리트 주의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발전의 기틀로 여겨지는 과학기술 '영재교육'과 인재양성 파이프라인이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피력했다.
엄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1970년대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1980년대에 과학고가 만들어졌고, 2004년에는 초·중교 영재교육이 마련돼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과기 엘리트 코스 파이프라인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중국의 과학기술 인재 정책이 우리의 뒤를 따르는 중이라는 것이다.
'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교육체제는 더는 우리에게 큰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그는 “일부만 잘 키워 전체를 먹여 살리는 전략은 2000년대까지는 유효했지만 지금은 과거 국내총생산(GDP) 1만달러 시대가 아닌, 4만달러를 목전에 둔 시점”이라며 “거대해진 경제는 소수의 상위 인재로 좌우하기 어렵고, 전체가 똑똑해져야 큰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네이버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똑똑한 이공계 인력이 공급돼야 하며, 이는 소수에만 집중하는 중국의 엘리트주의로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높은 기술력이 담긴 융·복합 제품은 소수의 인재로 양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2010년대에 모두의 성장에 중점을 둔 인재론이 국가 인재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90년대의 정책이 지금과 같다면,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엄 센터장이 강조하는 앞으로 신경써야 할 중점 사항은 '인력이 잘 활용되느냐'다.
그는 “대학 교수직, 정부출연연구기관은 물론이고 R&D 기업에 보다 많고 훌륭한 이공계, 과학기술 인재가 공급돼야 한다”라며 “이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제 역량을 발휘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