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 〈81〉기여의 가치 측정 법: '거래' vs '이어짐'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나는 왜 여기에 앉아 있습니다.”

“나는 무엇무엇을 기다립니다.”

“나는 무엇무엇을 할 때 지치지 않습니다.”

불교에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는 개념이 있다. '베푸는 사람' '받는 사람' '베푸는 물건'이라는 세 가지 상(相)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베풀었다는 생각, 상대가 고마워해야 한다는 기대, 내가 준 것의 가치에 대한 집착. 이 세 가지에 붙잡히지 않을 때 베풂은 거래가 아니라 태도가 된다.

이것은 비현실적인 이상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다. 80편에서 교통사고 직후 나는 “괜찮냐”는 질문이 낯설었다. 괜찮아야 했고, 처리해야 할 일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나'에 머무르지 않고 '해야 할 일'로 옮겨갔다. 보상을 기대해서 움직인 것도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이 있었고, 그것을 했을 뿐이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71편에서 우리는 “합의(WHY)-규칙(PROTOCOL)-결과(RESULT)”를 이야기했다. 무주상보시의 관점에서 보면, 합의는 '왜 돕는가'를 공동의 문제로 정렬하는 일이고, 규칙은 '어떻게 돕되 소진과 통제를 만들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며, 결과는 '그 도움이 개인의 보답이 아니라 공동의 순환으로 이어지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결과는 확인하되, 보답과 감사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세 질문으로 돌아가자.

나는 왜 여기에 앉아 있는가. 나는 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여기에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일을 공로로 소유하지 않으려 한다. '나'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흐름을 보려고 연습한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나는 과정이 쌓이는 것을 기다린다. 오늘의 작은 기여가 내일의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쌓여 패턴이 드러나는 순간을. 나는 즉각적인 보상을 기대하지 않으려 한다. 기여의 가치는 '되돌아옴'이 아니라 '이어짐'에서 증명되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할 때 지치지 않는가. 나는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지치지 않는다. 그 의미는 거창한 사명이 아니어도 된다. 문제가 풀리고, 시스템이 작동하고, 나의 기여가 다음 단계의 데이터가 되는 순간들. 그때 나는 에너지를 얻는다. 그래서 나는 '가치'의 측정을 넘어 '작동'에 마음을 둔다.

79편에서 우리는 “희망과 가능 사이의 간극은 훈련과 시간, 실패와 회복, 반복으로 조금씩 줄어든다”고 했다. 그 간극을 메우는 태도는 거창하지 않다. 보상을 기대하지 않으니 조급하지 않고, 인정을 바라지 않으니 상처받지 않는다. 결과를 소유하려 들지 않으니 과정에 집중할 수 있고, 그 덕분에 방향을 잃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이런 작은 실천을 한다. 후배에게 조언하고 잊어버린다. 동료를 도와주고 보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되 소유권으로 관계를 잠그지 않는다. 이 반복이 신뢰를 만들고, 신뢰가 쌓여 공동체가 된다. 71편의 “결과가 없는 신뢰는 거짓말”이라는 문장은 여기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결과는 측정되어야 한다. 다만 그 결과를 누구의 공로로 나누기 전에, 우리가 함께 만든 것임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