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기업에도 인생 2막이 있다

김동영 메이사 대표이사
김동영 메이사 대표이사

기업을 '법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기업을 법적인 인격체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을 단순히 법적으로 인격체와 유사한 존재로 보는 것을 넘어, 기업의 성장 과정과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고민 역시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삶이 항상 이상적인 모습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듯 기업의 성장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나 젊은 시절에는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삶을 이어가다 보면 때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기업 역시 초기에는 창업자가 꿈꾸는 비전과 이상을 중심으로 출발하지만, 시장의 현실과 자원의 제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스타트업에 이러한 과정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때로는 창업 초기의 비전보다 현실적인 사업 기회에 집중해야 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성장의 궤도가 안정화되고 기업의 영속성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시점이 찾아온다. 그 때 조직은 또 다른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미래의 모습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인간이 은퇴를 앞두고 인생 2막을 고민할 때 마주하는 질문과 닮아 있다. 100세 시대, 평균 은퇴 연령이 50대 초반인 지금 은퇴는 더 이상 삶의 종착점이 아니다. 오히려 또 다른 삶을 시작하는 시점에 가깝다. 만약 인생의 전반부 동안 생존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면, 후반부에서는 비로소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할 여유가 생긴다.

기업에도 비슷한 순간이 찾아온다. 상장은 기업에 공신력과 대규모 자본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기업이 자본의 제약과 생존의 압박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 이전에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을 추구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런 점에서 상장은 기업에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된다. 인간이 은퇴 이후 삶의 2막을 시작하는 것과 유사한 순간이다.

상장을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상장 이후 메이사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메이사는 창업 초기 '공간 정보로 인류의 첫걸음을 편리하게'라는 비전을 가지고 출발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현실 속에서 회사의 초기 성장 단계는 이상적인 비전을 향한 직선적인 여정이라기보다는 현실 속에서 생존과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메이사의 초기 사업은 고해상도 드론, 폐쇄회로(CC)TV, 사물인터넷(IoT) 등 현장 단위의 고정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간을 정밀하게 재현하고 분석하는 기술에 집중됐다.

이후 성장하며 여력이 생기자 메이사는 위성 영상과 같은 광역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도시 단위 공간을 재현하고 분석함으로써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고 있다. “메이사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 답은 창업 초기 메이사가 가졌던 비전을 인공지능(AI) 시대의 요구에 맞게 다시 정제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현실세계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은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현실을 인식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며,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하는 과정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AI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그 결과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많은 영역이 자동화됐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는 피지컬 AI의 발전을 통해 행동의 자동화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메이사가 지향하는 것은 분명하다. 인간과 AI가 현실 세계에서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인식-판단-행동'의 과정을 연결하는 기반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공간 데이터 소스가 끊임없이 융합되고 실시간성이 확보되며 산업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분석 결과가 포함된 월드 모델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 인간이 성장하며 새로운 삶의 단계로 나아가듯 기업 역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다. 그리고 지금 메이사는 기업으로서의 삶의 2막을 준비하며 자아실현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김동영 메이사 대표이사 dykim@meissapla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