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학년이 시작됐다. 물론 새 학년이 된다고 해서 거창한 목표를 세울 필요는 없다. 그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과 그로 인한 의욕 상실이 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새 학년의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이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비단 새 학년을 맞는 학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목표 설정 후 실천이 뒤따라오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은 것이다. 구체적이지 못한 목표를 만나면 그를 실천하기 위해 다시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와 같은 새 학년의 목표는 '학교 수업'의 범주를 구체화하고, '열심히'의 기준을 세워야 하며, '듣는다'는 행위의 구체적 모습이 어떠한지를 결정해야만 실천에 옮길 수 있다. 사실은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서 이미 했어야 하는 고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은 관념적으로, 추상적으로 고민하는 데 머물고 만다.
이는 실제 공부에도 그대로 연결돼 “점수를 꼭 올리고 말겠어”라는 식의 추상적이고 실천할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하기에 이른다. 당연히 실천은 따라오지 못하고, 실망감으로 가득 차 있는 시간에 중간고사를 만나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기말고사, 그리고 1학기를 마감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회의에 빠지는 것이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 때문에, 혹은 어떤 부분에서 점수를 받을 수 있음에도 받지 못하고 있는지, 내가 점수를 딸 수 있는 부분은 어느 곳인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지난 시험을 돌아 볼 수 있어야 하며, 그 시험 결과를 만든 공부 방법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봐야만 한다.
이렇게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 보고, 원인을 찾아내 지금 보완하거나 수정하고 폐기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고 시험을 치르고 수행평가를 하는 것이지, 점수를 따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과정은 모두 무시한 채 결과만을 추구해서는 결과를 제대로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에듀플러스][칼럼]새 학년, 구체적인 목표가 절실하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3/27/news-p.v1.20260327.ebe041b995b049e8be09f88c3657e8a8_P1.png)
목표를 실천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실천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우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목표여도 너무 멀리 있으면 실천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특정 영역에서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5등급인 학생이 그 영역에서 “1등급을 받겠어”라는 목표를 세워 열심히 공부하여 2~3번의 모의고사를 거치며 3등급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학생을 성장하지 못했다거나 실패했다고만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정작 학생은 1등급이 되지 못했으므로 자신을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목표 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이런 목표를 세우는 근본적인 원인은 중간 목표를 설정하는 훈련을 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종 결과만을 중시하고 그 중간 과정의 중요성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어떤 목표도 최종 목표는 될 수 없다. 목표를 이루고 나면 이루기 전에는 생각지 못하던 세계를 만나고, 당연히 다른 목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표 성취의 핵심은 그 목표를 통하는 성취감을 동력으로 다른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데 있다. 그런데 중간 목표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성취감 대신 허무감과 두려움만 느끼게 된다. 당연히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어른들은 이 중간 목표를 인정하거나 중간 목표를 설정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중간 목표를 달성한 아이가 충분히 자랑스러워하고, 아이가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현재가 곧 미래는 아니다. 아이의 현재로 미래를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목표가 없다고, 실천하지 않는다고, 아이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구체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현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어른이 많아지길 바란다.
김병진 이투스에듀 교육평가연구소장 winter9m@etoos.com
◆김병진 소장은 강남하이퍼학원 진학정보실장을 역임했으며, 2009~2010년 tvN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에서 책임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2016~2017년에는 TBS '상담 받고 대학가자'에 출연했다. 학부모 입시교실과 입시설명회 강연, 교사·강사 대상 교육 활동을 다수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