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처음으로 140명대로 내려왔다. 단속이나 캠페인 효과가 아니라 도로 관리 방식 자체가 바뀐 결과다.
29일 한국도로공사는 2025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4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171명에서 156명, 151명, 159명을 거쳐 147명까지 줄었다. 사상 처음 140명대에 진입했다.
이번 감소는 관리 구조를 사고 이후 대응 중심에서 벗어나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예방체계로 전환한 데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사고가 발생한 뒤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분석과 조치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이 해당 구간의 위험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도로공사는 이 구조를 데이터 기반 예방 대응으로 바꿨다. 정밀 센서와 알고리즘을 결합해 도로 상태와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사고의 원인을 사전에 찾아내고 즉시 해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대표적인 변화는 도로 상태 진단 방식이다. 기존 점검은 관리자의 경험과 육안에 의존했다. 고속 주행 환경에서 노면의 미세한 굴곡이나 배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도로공사는 라이다(LiDAR) 센서와 디지털 전환(DX)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도로안전진단'을 도입했다.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며 형상을 정밀 스캔하고 수집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도로 상태를 그대로 재현한 디지털 모델을 생성한다. 이 모델을 기반으로 물 흐름과 배수 상태를 분석해 빗길 사고 원인을 정량적으로 파악한다. 빗물 역류나 물 고임 구간, 배수 정체 지점을 사전에 특정할 수 있다.
빗길 사고는 치사율이 높다. 맑은 날보다 약 4배 높은 수준이다. 수막 형성 여부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미세한 노면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도로공사는 이를 데이터로 분석해 위험 구간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포트홀 대응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발생 이후 보수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도로를 정기적으로 스캔해 미세 균열 단계에서 이상을 포착한다. 포트홀이 생기기 전에 보수를 진행하는 구조다. 전국 관리 구간을 상시 점검하는 체계로 전환됐다.
사고 원인 분석 속도도 크게 줄었다. 현장 실측과 분석을 거쳐 개선안을 도출하는 데 수주가 걸렸었지만 현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과 대책 수립을 동시에 진행한다. 한 시간 이내에 대응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위험 구간이 방치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교통 상황 관리 방식에는 전국 CCTV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AI 영상분석 기반 돌발상황 판단기술'을 도입했다.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영상 속 객체를 인식하고 위험 여부까지 판단하는 구조다.
이 시스템은 정지 차량, 역주행, 화물 낙하, 보행자 등 돌발 요소를 실시간으로 포착한다. 객체를 인식·추적하는 1단계 모델과, 위험 여부를 판별하는 2단계 모델을 결합한 다단계 구조를 적용해 판단 정확도를 96%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검지 거리가 짧아 사각지대가 발생하던 레이더방식과 오검지율이 높은 영상 방식의 단점을 줄여 관제 신뢰도를 높였다. 검지된 상황은 위험도에 따라 분류된다. 사고나 역주행과 같은 고위험 상황에는 즉각 대응이 이뤄진다. 정체 구간 등 중위험 상황에는 우회 안내가 제공된다. 저위험 상황에는 주의 정보가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정보 속도도 빨라졌다. 2차 사고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통 상황실의 판단 부담도 줄었다.
이 같은 전환은 도로 환경 변화와 맞물려 나타났다. 교통량은 늘고 기후 변수는 커졌다. 돌발 상황은 복잡해졌지만 인력 중심 점검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수치 감소로 설명되지 않는다. 정밀 진단과 실시간 분석, 즉각 대응이 결합된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가 실제 효과로 이어진 결과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사망자 140명대 진입은 시작 단계”라며 “AI 기반 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사고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