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고1된 자녀를 둔 김 모 씨는 최근 딸을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교내에서 유달리 인기가 많은 과학탐구 동아리를 지원했는데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경쟁이 이렇게 치열한 줄 몰랐다”며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동아리 활동 내용이 중요해졌다고 해 다른 동아리를 함께 찾아봤다”고 토로했다.
고2 자녀를 둔 한 모 씨는 아들이 원했던 밴드 동아리에서 탈락하자 자녀에게 독서 동아리를 추천했다. 그는 “독서 동아리가 한 영역에 치우치지 않고 개별 활동도 할 수 있으며, 원하는 분야로 독서 기록을 쓸 수 있다”면서 “오히려 생기부를 쓸 때 유리하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동아리도 전략이다. 새 학기 초,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수업 못지않게 동아리 지원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고교학점제 시행과 생활기록부(생기부)에서 동아리 활동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부 인기 동아리는 '선발 경쟁'까지 벌어진다.
수시 전형, 그중에서도 학교생활 전반을 보여주는 학생부종합전형(종합전형)에서는 본인의 전공 적합성과 자기주도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유리하다. 전공 적합성은 고교 시절의 활동이 지원하는 대학 전공이나 학과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느냐가 관건이다. 동아리에서 단순 참여에 끝나지 않고 심화 활동에 참여하고,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이 있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동아리 선택은 전공 선택과 비슷하게 이어진다. 의학 계열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생명과학, 실험 동아리를, 공학계열 진학에 목표를 둔 학생이라면 로봇, 코딩 관련 동아리를 지원하는 식이다. 경영이나 경제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경제 토론, 창업 관련 동아리를 찾게 된다.
![[에듀플러스]“고교 동아리도 전략”…고교학점제 이후 더 치열해진 선택 경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3/31/news-p.v1.20260331.fe0a8197aa544bb5b77dac8e91a8f0e0_P1.png)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학생들에게 동아리 선택은 더 중요해졌다. 학생이 과목을 선택하는 구조인 고교학점제에서는 과목 선택이 곧 활동 선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전공 연계 활동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는 의미다. 단순 참여보다 과목과 비교과 영역에서 활동의 연계가 더 긴밀히 이뤄져야 생기부로서의 효과도 더 늘어난다.
이경은 서울진학지도협의회 사무국 부회장은 “학점제라는 것 자체가 진로와 관련해 본인이 선택하기 때문에 모든 선택이 이전보다 더 유의미해진다”며 “과목뿐만 아니라 동아리의 연계성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동아리 선택이 관심사보다는 전공 적합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기 동아리와 비인기 동아리 간 양극화도 심화하는 추세다. 대학 연구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관련 내용을 교내·외 대회로 출품하는 프로젝트성 동아리가 성행하는 한편, 출석만 채우고 자율학습이나 과제를 하는 형식적인 동아리도 있다.
이는 단순 프로그램 차이를 넘어 학교별 여건과 교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동아리를 심화 활동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시간은 물론 외부 연계가 필수적인데 교사가 이를 수업과 병행 하기에는 쉽지 않다”며 “결국 학교의 지원과 교사의 개인 의지에 따라 활동 수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좋은 동아리에 참여한다고 해서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활동하는 학생의 의지와 활동 내역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풀어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입시컨설턴트는 “꼭 유명 동아리에 들어가야 생기부 작성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자신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동아리를 선택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동아리가 전공 선택을 아직 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현실적으로 모두가 원하는 동아리가 들어가기는 힘들다”며 “비슷한 계열의 동아리가 많기 때문에 입소 후 자신이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해 나가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