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산화수소'는 의료용 소독제부터 반도체 공정, 수처리까지다양한 산업 분야 필수 화학물질이지만, 에너지 집약적인 대규모 설비에 의존해 생산되고 운송·저장 과정에서도 높은 비용과 안전 관리 부담이 따른다. 관련 반응 효율을 좌우하는 촉매 성능과 비용 문제가 상용화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오상록)의 이영준 RAMP융합연구단 박사팀이 윤홍석 한양대 교수, 강준희 부산대 교수팀과 함께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연구 성과를 내놓았다.

이들은 버려지는 나무 부산물인 리그닌을 활용해 전기화학 반응에서 과산화수소를 선택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탄소 기반 촉매를 설계·개발해 95% 이상 높은 선택도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널리 사용되던 귀금속 기반 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 성능으로, 저비용·고효율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단순히 바이오매스를 탄소 소재로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촉매 표면 미세한 화학 구조를 정밀 제어하는 전략이 적용됐다. 연구팀은 촉매 표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산소 작용기의 종류와 분포가 과산화수소 생성 반응 선택성6효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작용기의 구조를 단계적으로 조절하고, 특정 작용기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실험을 수행했으며, 그 결과 불필요한 반응 경로를 억제하고 과산화수소 생성 반응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나아가, 이런 표면 화학 구조와 반응 성능 간 상관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어떤 구조적 요소가 고효율 반응을 유도하는지에 대한 설계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향후 다양한 전기화학 반응에서 촉매를 설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기초 원리로, 친환경 화학공정 전반에 적용 가능한 확장성을 지닌다.

이번 성과는 버려지는 바이오매스를 고부가가치 기능성 소재로 전환함과 동시에, 에너지 효율이 높은 분산형 화학물질 생산 기술로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필요한 만큼 과산화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온사이트(on-site) 생산 시스템'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어, 수처리·소독·반도체 공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비용 절감과 안전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준 선임연구원은 “버려지는 나무 부산물을 활용해 친환경 소독제인 과산화수소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촉매 성능을 더욱 고도화해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 and Energy' 최신 호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