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형암호 속도 한계 넘었다…포체인스, 기술력 확보

전용 반도체 없이도 성능↑
서버 1대서 초당 6600건
데이터 처리 획기적 개선

(사진=포체인스)
(사진=포체인스)

국내 암호기술 스타트업 포체인스가 전용 반도체 없이도 기업 환경 적용이 가능한 수준의 동형암호 성능을 확보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와 기업만 보유한 동형암호 기술 분야에서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시장 확대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포체인스는 최근 국내 최대 전자·제조 대기업 A사의 전사적자원관리(ERP) 환경에 동형암호 기반 암호화 데이터베이스 '토러스(Torus) DB'를 적용한 실증사업(PoC)을 실시해, 8코어 단일 노드 기준 약 6600 TPS(초당 트랜잭션 처리량)의 성능을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그간 수십~수백 TPS 수준에 머물던 처리 속도를 수천 TPS급으로 높인 것이다.

실증은 ERP 전체가 아닌 일부 민감 데이터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고객·협력사 정보와 주문 데이터 등 5개 데이터 묶음(테이블)과 이름·전화번호·주소 등 47개 정보 항목(컬럼)에 동형암호를 적용했다.

데이터 처리 성능은 일반 서버 한 대에서 초당 약 660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사가 제시한 목표치인 5000 TPS를 약 30% 상회한 결과다. 6600 TPS의 처리 성능은 글로벌 결제망인 비자(Visa)의 평균 처리량 1700 TPS의 4배 수준으로 동형암호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성과다.

포체인스 관계자는 “기존 평문 처리와의 직접 비교는 시스템 환경 차이로 제한적이나, 동형암호 적용에 따른 성능 저하는 실사용 가능한 범위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동형암호는 암호화된 데이터를 복호화하지 않고도 연산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보안성은 뛰어나지만 복잡한 연산 구조에 따른 처리 속도 저하가 상용화의 걸림돌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동형암호 연산 가속을 위한 주문형반도체(ASIC)나 FPGA(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포체인스는 이러한 전용 장비 없이도 일반 리눅스 서버·범용 x86 CPU 환경에서 성능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성능 개선이 시장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현재 동형암호 기술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포체인스를 비롯해 크립토랩 등이 동형암호 기술 영역을 개척 중이다.

이정훈 포체인스 대표는 “기존 주류 방식인 격자(Lattice) 기반 완전동형암호(FHE)가 아닌 타원곡선(EC) 기반 동형암호로 이를 구현했다”면서 “아직 동형암호가 범용화되지 못 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실사용할 수 있는 연산 속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