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팹리스 기업 기가디바이스가 1조원에 육박하는 계열 내 거래를 발판으로 D램 사업 확대에 본격 나선다. 중국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생산능력과 기가디바이스의 판매망을 결합해 영향력을 키우려는 시도로, 글로벌 공급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기가디바이스는 오는 24일 연간 주주총회에서 창신과기(CXMT 모회사)와 CXMT로부터 올해 총 8억25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D램을 매입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실제 집행액 1억7342만달러의 약 6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거래는 사실상 계열 내에서 D램 생산과 판매를 묶는 구조다. CXMT가 제조를 맡고 기가디바이스가 제품 개발과 시장 유통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주이밍 회장이 CXMT와 기가디바이스 회장직을 함께 맡고 있는 만큼, 단순한 물량 거래를 넘어 중국이 레거시 D램 분야에서 자체 공급망과 판매망을 동시에 키우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기가디바이스는 그동안 NOR 플래시와 MCU를 주력으로 해온 팹리스 기업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를 계기로 CXMT의 D램을 바탕으로 DDR3, DDR4, LPDDR4 등 제품을 직접 개발·판매하는 사업을 본격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용 D램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산과 판매를 결합한 이 같은 구조가 레거시 D램 시장 재편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급증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집중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이 첨단 제품 중심으로 생산 역량을 옮기면서 등 D램 공급은 상대적으로 빠듯해진 상황이다.
다니엘 니우 욜그룹 연구원은 “기가디바이스의 이번 행보는 윈본드, 난야, PSMC 등 기존 D램 업체와 ISSI 같은 팹리스 공급업체에 경쟁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기가디바이스 D램 매출은 2025년 2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급량 증가와 유리한 가격 환경이 맞물리고, 구매한 D램의 상당 부분이 올해 판매로 이어질 경우 D램 매출은 10억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글로벌 D램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주도하는 3강 체제로 굳어져 있다. 다만 중국이 계열 내 협업을 바탕으로 레거시 D램에서 가격과 물량 경쟁력을 키울 경우, 범용 제품군을 중심으로 기존 시장 질서에 적지 않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